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기업들, “내년부터 가격 인상 불가피” 경고…트럼프 관세, 소비자 전가 초읽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기업들, “내년부터 가격 인상 불가피” 경고…트럼프 관세, 소비자 전가 초읽기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기간 중 미국 뉴욕 가든시티 루스벨트필드 쇼핑몰 내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직원이 의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기간 중 미국 뉴욕 가든시티 루스벨트필드 쇼핑몰 내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직원이 의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더는 흡수할 수 없다며 내년부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고 폴리티코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올해는 버텼지만 “1월부터 가격 뛸 것”


트럼프 행정부는 블랙프라이데이 소비 기록을 내세우며 관세가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연말 할인과 재고 비축 효과가 끝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격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리서치기업 텔시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조지프 펠드먼 전무는 “내년 상반기부터 가격 인상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고 이를 상쇄할 판촉도 줄어들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가격에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콜스, 애버크롬비, 윌리엄스소노마, 언더아머 등 주요 소매업체들은 늦어도 내년 1월부터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급 가구업체 아하우스도 올해 관세로 1200만 달러(약 17억7000만 원) 손실이 예상되며 내년엔 5000만~6000만 달러(약 737억5000만~885억 원)의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트럼프 “가격 안 올랐다” 주장…기업들 “더는 못 버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한 뒤 사실상 대부분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평균 관세율을 16.8%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철강, 알루미늄, 목재, 구리 등 제조업 핵심 소재는 물론, 가정용 가구와 식품 포장용 알루미늄 캔에도 관세가 적용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물가를 올렸다는 지적에 반박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건 주택이나 의료처럼 수입과 관계없는 품목들”이라며 “무역정책이 일자리를 지키면 오히려 소득이 올라 소비 여력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주요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제약업계를 압박하는 등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관세

골드만삭스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관세 부담의 절반가량만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재고가 소진되면서 가격 인상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윌리엄스소노마의 제프 하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일부 관세는 시행이 지연되거나 인상 전 미리 물량을 확보해 영향을 늦출 수 있었다”면서도 “앞으로는 가격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3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포드는 내년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을 10억 달러(약 1조4750억 원)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의 절반 수준이지만 여전히 큰 부담이다.

◇ 게임기·가구·자동차까지 확산…중소기업은 생존 위기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각각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5의 가격을 올해 인상했다. 두 제품은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관세율이 100%를 넘기도 했다. 이 여파로 X박스 판매는 29% 급감했다.

아하우스는 동남아시아산 부품에 대한 관세 인상과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부과한 25%짜리 소파 관세 등으로 인해 내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콜스의 질 팀 CFO도 “2026년으로 갈수록 가격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타주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판매하는 빌리지라이팅의 자레드 헨드릭스 대표는 “지금은 이익을 위한 영업이 아니라 관세 빚을 갚기 위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그래도 버틸 수 있었지만, 내년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