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메이트 80 프로 맥스'에 SMIC 제조 '기린 9030' 탑재…테크인사이츠 "中 반도체 제조의 최정점"
TSMC·삼성 5나노엔 미달하지만 '의미 있는 확장'…수율·비용 출혈 감수한 '애국 칩' 분석
TSMC·삼성 5나노엔 미달하지만 '의미 있는 확장'…수율·비용 출혈 감수한 '애국 칩' 분석
이미지 확대보기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80 프로 맥스(Mate 80 Pro Max)'에 탑재된 모바일 프로세서(AP) '기린 9030(Kirin 9030)'이 SMIC의 진화된 공정 기술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분석 기관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당 부품에 대해 "현재까지 중국 국내 반도체 제조 기술의 최정점(China’s most advanced domestic semiconductor manufacturing to date)"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와 SMIC를 상무부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리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나 ASML 등 서방의 최첨단 장비 반입을 원천 봉쇄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테크인사이츠는 "이번 새로운 칩은 SMIC가 이전 세대를 넘어 점진적이지만 의미 있는 확장(incremental but meaningful scaling)을 달성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N+3' 공정의 실체…7나노의 극한 개량
업계의 관심은 SMIC가 적용한 구체적인 공정 기술에 쏠려 있다. 테크인사이츠 분석에 따르면, 상하이에 본사를 둔 SMIC는 이번 화웨이 칩 제조를 위해 이른바 'N+3'로 불리는 공정을 사용했다. 이는 기존 7나노미터(nm) 생산 방식을 업데이트한 기술이다.
이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심자외선(DUV) 장비를 활용해 7나노 공정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비록 진정한 의미의 차세대 미세 공정 진입은 아니지만, 제재 속에서도 기존 장비를 개량하고 공정을 최적화해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기술적 함의가 크다.
삼성·TSMC와는 여전한 '기술 격차'
그러나 냉정한 기술적 평가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선두 주자들과의 격차가 확인된다. 테크인사이츠는 보고서에서 "SMIC의 발전이 대만 TSMC나 한국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역량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쟁사들이 이미 상용화한 5나노 기술과 비교할 때, SMIC의 'N+3' 공정은 "절대적인 수치 면에서 TSMC와 삼성의 산업용 5나노 공정보다 확장성(scaled)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는 회로 선폭의 미세화 수준이나 트랜지스터 집적도 면에서 아직 세계 최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두더지 잡기'식 제재, 한계 왔나
이번 화웨이와 SMIC의 성과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중국의 기술 진보를 늦출 수는 있어도, 완전히 멈춰 세우지는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군사 기술 개발에 반도체 기술을 전용할 것을 우려해 강력한 수출 통제를 시행해 왔으나,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우회로를 찾고 있다.
화웨이의 신형 폰 출시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를 넘어, 서방의 기술 봉쇄에 맞선 중국의 '기술 굴기'가 현재진행형임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비록 비용 효율성은 떨어질지라도, 자체적인 공급망을 통해 고성능 칩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이는 향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고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Editor’s Note]
'기린 9030'의 등장은 반도체 제재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SMIC의 'N+3' 공정은 TSMC나 삼성의 5나노, 3나노 공정에 비하면 구식 기술을 쥐어짜 낸 것에 불과합니다. 수율이 낮아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모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손실을 보전해 주는 중국 특유의 시스템 하에서는 '경제성'보다 '자립'이 우선입니다. 비록 '가성비'는 떨어질지언정, 중국은 멈추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을 비롯한 선두 기업들에게 "기술 격차를 벌리지 않으면 언제든 추격당할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를 던집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