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인·기관 자금 유입이 만든 포물선 랠리, 달러 반등 신호에 한꺼번에 붕괴
부동산·주식 피난처로 몰린 자금, 글로벌 시장 변동성 증폭시키며 충격 전가
부동산·주식 피난처로 몰린 자금, 글로벌 시장 변동성 증폭시키며 충격 전가
이미지 확대보기금과 은이 2월 들어서자마자 단기간에 기록적인 급락을 겪으면서, 이번 변동성의 중심에 중국 투기자금이 있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온 귀금속 시장이 실물 수요가 아닌 레버리지 자금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금·은 시장의 성격 자체가 재평가되고 있다.
은 가격은 하루 만에 26퍼센트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금 가격도 9퍼센트 급락해 1980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단기 조정으로 보기에는 낙폭과 속도가 지나치게 컸다는 점에서, 시장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자금이 만든 포물선 장세
이번 귀금속 랠리는 글로벌 투자자 전반의 분산된 매수가 아니라, 중국 개인 투자자와 일부 기관 자금이 주도한 성격이 강했다. 중국 내 부동산 침체와 주식시장 부진, 자본 통제 강화 속에서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금과 은 같은 글로벌 가격 결정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이 자금은 현물보다 상장지수펀드와 옵션을 통해 유입되며 가격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옵션 거래와 레버리지 구조는 상승 국면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했지만, 반대로 방향이 바뀌자 낙폭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포물선 장세로 평가하고 있다.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은 중국 자금의 진입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실제 매매 행태는 위기 회피가 아니라 단기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투기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금과 은의 전통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중국 내부 위기의 글로벌 전이
중국 투기자금의 귀금속 유입은 단순한 투자 선택이 아니라, 중국 내부 구조적 불안의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붕괴 이후 대체 투자처를 찾던 자금이 금과 은으로 몰렸고, 이는 중국 내부 위험을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이전시키는 통로가 됐다.
이번 급락은 중국 경제 문제가 해소된 결과가 아니라, 그 부담이 국제 시장에 전가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이라는 평가다. 중국 자금이 빠져나가자 가격은 즉각 붕괴했고, 그 충격은 미국과 유럽 투자자, 글로벌 연기금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달러 반등이 촉발한 집단 이탈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인선 발언 이후 달러가 급등한 것이었다. 달러 강세는 귀금속 가격에 즉각적인 압박을 가했고, 중국 자금을 중심으로 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근본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 달러 반등은 이미 과열된 가격 구조에 균열을 낸 촉매였을 뿐, 실제 붕괴는 레버리지와 옵션 위에 쌓인 취약한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투기자금은 달러 방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강하다. 신호가 바뀌자 단기 수익을 실현하며 빠르게 이탈했고, 그 과정에서 시장은 순식간에 유동성을 잃었다.
다음 충격은 어디서 나올까
이번 사태는 금과 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미 구리와 일부 산업 금속, 특정 원자재 선물 시장에서도 중국 자금과 옵션 거래가 가격을 과도하게 끌어올린 흔적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물 수요보다 금융 거래가 가격을 지배하고, 특정 국가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비슷한 충격은 다른 시장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귀금속 급락 사태는 단기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자산 시장 전반에 깔린 구조적 불안이 처음으로 본격 표출된 사례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