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대마초 규제 완화 추진…美 일상엔 큰 변화 없을 듯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대마초 규제 완화 추진…美 일상엔 큰 변화 없을 듯

지난 2013년 12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 노스글렌의 보타나케어 마리화나 매장에서 손질을 앞둔 대마 꽃이 만개한 채로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3년 12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 노스글렌의 보타나케어 마리화나 매장에서 손질을 앞둔 대마 꽃이 만개한 채로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마초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연방정부 ‘1급’에서 ‘3급’으로 하향 조정 추진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마초를 현재 가장 강력하게 규제되는 ‘스케줄 I’ 약물에서 의료적 효용성이 인정된 ‘스케줄 III’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케줄 I에는 헤로인, LSD 등이 포함되며 연방 차원에서는 이들 약물의 소지·재배가 엄격히 금지된다. 반면, 스케줄 III에는 테스토스테론, 케타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같은 처방약이 포함되며 의학적 사용이 인정된다.
대마초를 이같이 재분류하는 방안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23년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의 제안으로 처음 추진됐지만 미국 마약단속국(DEA) 검토 단계에서 중단된 바 있다.

◇ 소비자보다 업계·연구에 영향…세금 부담 완화 기대


밴더빌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로버트 미코스 교수는 “상징적으로는 마리화나가 덜 해롭고 건강상의 이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재분류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미국 전역의 약국이나 주류 판매점에서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주법과 연방법 사이의 모호한 경계 속에 머물게 된다.

실제로 대마초 사용이 합법인 주의 소비자들이 마리화나 성분이 든 젤리 제품을 소지한 채 비행기에 탑승하면 연방법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마약 단속보다는 항공 보안 위협 여부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단순 소지만으로 체포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법률상 대마초는 연방법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재분류가 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처벌은 여전히 주정부 수준에서 이뤄진다.

◇ 업계엔 실질적 세제 혜택…연구 확대도 기대


다만 재분류 조치는 대마초에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미국 국세청(IRS)은 스케줄 I 약물을 판매하는 업체의 일반 사업비용 공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대마초 판매업체는 70%가 넘는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있다. 재분류가 이뤄지면 세금 부담이 줄어들고 가격 인하를 통해 불법 시장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연방정부가 대마초의 의료적 가치를 인정할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FDA가 지금까지 대마초에 대해 비교적 관망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점을 들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대마초 업계를 대변해 온 로비스트 대럴 캐링턴은 “이번 조치로 더 많은 연구가 가능해지고 산업 전반의 정당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대중 여론은 이미 합법화 쪽…여전히 혼란스러운 법률 환경


현재 미국 24개 주는 기호용 대마초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40개 주에서는 의료용 대마초 사용이 가능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10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2가 대마초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대마초는 여전히 연방 차원의 ‘통제물질법’에 규제 대상으로 포함돼 있어 주법과 연방법이 충돌하는 혼란스러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전미마리화나법개혁기구(NORML)의 폴 아르멘타노 부국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환자, 특히 재향군인에게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연방정부의 대마초 정책을 21세기에 맞게 개혁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마초를 통제물질법에서 완전히 제거해 담배나 주류처럼 각 주 정부가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