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붐 역풍으로 오피스 공급 과잉, 기업 유치 위해 '5년 무상 임대' 초강수
리우데자네이루도 공실률 26.54%로 글로벌 2위…中 '공급 과잉' vs 브라질 '경기 침체'
리우데자네이루도 공실률 26.54%로 글로벌 2위…中 '공급 과잉' vs 브라질 '경기 침체'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광둥성 선전(Shenzhen)시가 화려한 스카이라인 뒤로 심각한 '빈집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무리한 건설 붐이 남긴 막대한 오피스 공급 물량이 경기 둔화와 맞물리면서, A급 오피스의 공실률이 무려 31.6%까지 치솟은 것이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역시 26.54%의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며 선전의 뒤를 이었다.
14일(현지시각) 브라질 경제 전문 매체 '클릭 페트롤레오 이 가스(Click Petroleo e Gas)'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와 세이빌스(Savills) 등의 데이터를 인용해 선전과 리우데자네이루가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심층 보도했다.
어촌 마을에서 기술 허브로…'과속 성장'의 그늘
선전은 1980년대 인구 6만 명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으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힘입어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후 상전벽해를 겪었다. 화웨이, 텐센트, BYD 등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둥지를 틀며 인구 1700만 명, GDP 1만 배 성장의 기적을 썼다.
공급은 폭발했지만,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세이빌스는 올해 3분기 선전의 A급 오피스 공실률을 31.6%로 집계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건강한 공실률'의 마지노선을 20%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의 오피스 시장은 이미 위험 수위를 한참 넘어선 셈이다. 새로 지은 빌딩의 3분의 1이 텅 비어있는 상황이다.
"5년 동안 월세 0원"…절박한 선전시의 구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선전시는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놓았다. 올해 상반기부터 시내 산업 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5년간 임대료를 면제해 주는 '무상 임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초기 비용 부담을 없애서라도 기업을 채워 넣겠다는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광저우, 쑤저우, 항저우 등 인근 경쟁 도시들도 유사한 혜택을 내걸고 기업 유치 전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 도시 간의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은 선전의 오피스 시장 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임대료뿐만 아니라 인건비, 물류, 정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성비' 좋은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올림픽의 저주' 리우, 10년 불황의 늪
브라질 부동산 관리 협회(Abadi)의 마르코 프레이타스 부이사는 "리우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2015년 경제 위기 이후 기업들의 줄폐업과 탈출 러시로 인해 10년째 스트레스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때 공실률이 45%에 육박했던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만성적인 치안 불안이 겹치며 기업들의 투자가 얼어붙은 탓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정착된 것도 오피스 수요 감소를 부채질했다.
선전과 리우데자네이루, 두 도시는 각각 '공급 과잉'과 '수요 실종'이라는 서로 다른 원인으로 인해 '빈 사무실'이라는 같은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화려한 마천루의 불이 꺼져가는 현상은, 무리한 개발과 경제 펀더멘털의 약화가 도시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