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화 주 상담전화 3배 급증, 젊은 남성 평균 빚 4000만 원
2024년 베팅 규모 220조 원 돌파…자살률 일반인보다 15배 높아
2024년 베팅 규모 220조 원 돌파…자살률 일반인보다 15배 높아
이미지 확대보기합법화 주와 불법 주 상담건수 격차 3배 이상
전국도박문제상담전화 통계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12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 스포츠 베팅이 합법화된 주에서 걸려온 상담 전화는 148% 늘어난 반면, 스포츠 베팅이 불법인 주에서는 45%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각 주가 스포츠 베팅에서 거둬들인 세수는 2021년 3분기 2억 달러(약 2900억 원)에서 2024년 말 10억 달러(약 1조 4700억 원)를 넘어섰다가 올해 2분기 9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를 기록했다.
최근 여러 연구 결과는 스포츠 베팅이 개인 재정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입증하고 있다. 온라인 도박이 가능한 주에서는 합법화 약 2년 후 파산율이 28% 증가했고 채무 추심 금액은 8%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른 연구에서는 스포츠 베팅에 1달러를 쓸 때마다 투자 금액이 99센트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베팅 자금이 여유 자금이 아니라 저축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연구는 합법화 이후 대중 시장 주류 소비가 20% 급증했고 상담전화는 75% 폭증했다고 밝혔다.
대학가 젊은 남성층 표적 마케팅
대학 내 정신건강 상담센터에는 베팅에서 큰 돈을 잃고 고통받는 학생들의 상담이 늘고 있으며, 대부분이 젊은 남성이다. 로드아일랜드대학교 18세 학생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베팅이라는 짜릿함 없이는 스포츠 관람을 즐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젊은 남성들이 암호화폐, 밈 주식, 예측 시장에도 위험한 베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기술이 도박 중독 부추길 우려
미국남성청소년연구소의 기술정책 전문가인 데이비드 사사키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도박 산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기술은 스포츠북 업체들이 배당률을 더욱 정교하게 조정해 손실 가능성을 낮추고, 이용자들이 언제 더 크거나 위험한 베팅을 할 가능성이 높은지 파악하며, 나쁜 베팅을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 가장 취약한 순간에 광고로 공략할 수 있다고 사사키는 설명했다.
사사키는 "이 모든 것이 젊은 남성의 금융생활을 도박화하는 더 큰 흐름의 일부"라며 "불안감이 크고 베팅은 도피 수단이지만, 동시에 소셜미디어에서 끊임없이 보는 화려한 삶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자 꿈"이라고 분석했다.
420만 명 중독에 경제 손실 연 67억 달러
더욱 심각한 것은 정신건강 문제다. 미국정신의학저널은 도박 중독자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15배 높다고 보고했다. 또한, 도박 중독자의 73%가 알코올 사용 장애를 함께 앓고 있어 복합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국도박문제협의회에 따르면 온라인 스포츠 베팅 이용자 중 약 30%가 도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온라인 베팅의 경우 중독 발병 속도가 오프라인보다 3.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시장 조사 기관 기트넉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연간 손실액은 파산과 법률 비용만 67억 달러(약 9조 8500억 원)에 달한다. 도박 중독자의 63%가 베팅 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카드 한도를 소진했으며, 90%가 저축 계좌에서 인출했다. 30%는 주택 담보 대출을 받거나 재융자를 진행했고, 60%는 중독 자금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US뉴스가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스포츠 베팅 이용자의 25%가 베팅으로 인해 청구서 납부를 연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16%는 자신의 도박을 통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으며, 9%는 이미 도박중독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3분의 1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팅 빚을 숨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산업 급성장 속 규제 부재 우려
미국게임협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인들은 약 1500억 달러(약 220조 원)를 스포츠 베팅에 쏟아부었다. 이는 2018년 연방 금지령이 해제됐을 때의 50억 달러(약 7조 3500억 원)에서 30배 급증한 규모다. 스포츠 베팅 업체들의 수익은 137억 달러(약 20조 원)로 전년보다 24.4% 늘었다.
현재 38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스포츠 베팅이 합법화됐으며, 18세에서 49세 남성의 48%가 모바일 스포츠 베팅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캠퍼스 연구팀이 지난 1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스포츠북 도입 후 도박 중독 관련 인터넷 검색이 61% 급증했으며, 이는 오프라인 스포츠북 도입 시 33% 증가와 대조를 이룬다.
주 정부들은 세수 증가라는 단기 이익을 얻고 있지만, 이로 인한 사회 비용은 파산, 채무 증가, 정신건강 악화, 자살률 급증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공격적 마케팅과 주 정부 예산 인센티브, AI 기술을 바탕으로 맹렬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