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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비 ‘마지노선’ 9조 엔 뚫었다… ‘반격 능력’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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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비 ‘마지노선’ 9조 엔 뚫었다… ‘반격 능력’에 올인

2026년 예산 85조 원 편성, 사상 최대… 무인기 방어망 ‘SHIELD’ 첫 구축
5년 400조 원 투입 계획 정점, ‘증세’ 시기 놓고 자민당 내분 격화
훈련하는 일본 자위대 군인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훈련하는 일본 자위대 군인들. 사진=로이터
일본 정부가 오는 2026회계연도(20264월∼20273) 방위예산으로 사상 처음 9조 엔(85조 원)을 넘어서는 금액을 편성하며 군사 대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적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과 무인기(드론) 기반의 차세대 방어 체계 구축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NHK17(현지시각) 일본 방위성이 재무성과 막판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장거리 타격 무기 대거 확보


일본 방위성의 이번 예산 요구안은 기시다 후미오 내각 시절 수립된 방위력 정비 계획의 일환이다. 일본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방위비 총액을 43조 엔(408조 원)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2026년도 예산안 9조 엔(85조 원)은 이 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일본의 군사 전략이 기존의 수동적 방어에서 능동적 억제와 타격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스탠드오프(Standoff·원거리 타격)’ 방위 능력 강화다. 이는 적의 방공망 사거리 밖에서 안전하게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 미사일 체계를 확충한다는 의미다.

방위성은 사거리를 대폭 늘려 적의 사정권 밖에서 타격이 가능한 ‘12식 지대함 유도탄성능 개량형 확보에 114000만 달러(16800억 원)를 배정했다. 이는 일본이 보유하게 될 반격능력의 핵심 자산이다. 또한, 탐지와 요격이 까다로운 극초음속 무기 개발 및 확보에 19372만 달러(2860억 원),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103000만 달러(15200억 원)를 투입한다.

인구 감소, ‘무인기로 뚫는다… ‘SHIELD’ 시스템 도입


이번 예산안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화는 무인기(드론) 전력의 전면적 도입이다. 방위성은 무인기를 활용한 해안 방어 체계인 쉴드(SHIELD)’ 구축 비용을 이번 예산에 포함했다. 이는 일본이 추진 중인 무인기 기반의 해안 방어 시스템. 유인 전력 의존도를 줄이고 감시 정찰 및 타격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자위대 병력 부족 문제를 첨단 기술로 보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영공 침범에 대응하기 위한 드론 비행 시험 비용으로 646만 달러(95억 원)를 별도로 편성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잦은 일본 영공 접근을 염두에 둔 조치다.

미군 재편과 관련한 비용도 이번 예산에 포함됐다. 주일미군 재배치와 훈련 이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일본 측이 분담함으로써 미일 군사 동맹의 일체감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빚내서 무기 사나… 증세 놓고 딜레마 빠진 일본


문제는 막대한 방위비를 충당할 재원이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 증액을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담배세 등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NHK"방위비 재원 확보를 위해 소득세 증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시행 시기를 놓고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야당인 일본유신회 등 정치권 내부의 셈법이 복잡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는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한 상황이다. 이런 때에 세금까지 올리면 소비가 더 얼어붙고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집권당 입장에서 증세는 선거 패배로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방위비 증액은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기 위한 확실한 물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이 한층 격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도 정교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