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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정부, ‘독일 펀드’ 출범 추진…민간자금 유치로 경기 부양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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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정부, ‘독일 펀드’ 출범 추진…민간자금 유치로 경기 부양 노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가 민간투자 유치를 통해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규모 기금 조성에 나섰다.

이는 정부 주도로 위험도가 높은 분야에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으로 인프라와 국방 투자를 축으로 한 경기 부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르츠 정부가 최대 1300억유로(약 224조77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이른바 ‘독일 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 기금은 국책 개발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을 중심으로 운용되며 슈테판 빈텔스 독일재건은행 최고경영자가 총괄을 맡을 예정이다.

FT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약 300억유로(약 51조8700억원)의 공공 자금과 대출 보증을 초기 재원으로 투입해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투자 대상은 기술·국방 분야 스타트업, 에너지 인프라, 핵심 광물 프로젝트 등 고위험·고성장 분야가 될 전망이다. 재무장관과 경제장관은 19일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번 구상은 높은 에너지 가격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을 침체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집권 연정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다. 경기 둔화와 탈산업화에 대한 우려는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에 대한 지지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5월 취임 이후 향후 10년간 1조유로(약 1729조원)가 넘는 공공 지출을 통해 노후 인프라를 정비하고 군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해 왔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는 재정 지출만으로는 성장 효과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자본을 결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 자문을 맡고 있는 옌스 쥐데쿰 경제학자는 “공공 인프라와 군사 분야에 대한 자금 동원은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독일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공공 자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자금 회수 위험을 이유로 꺼려온 프로젝트에 대한 부채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독일 펀드의 핵심 역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센주에서 추진 중인 리튬 채굴 프로젝트는 최근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은 사례로 언급됐다.

미국 사모펀드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최근 베를린에서 독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 의사를 타진했다. 독일 재무부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독일 스타트업 업계는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협회 대표인 베레나 파우스더는 “자금 부족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상장해야 했던 현실을 고려하면, 독일 펀드는 올바른 방향의 조치”라고 말했다.

메르츠 정부는 연말까지 일련의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내각은 독일 국민들이 자본시장을 활용해 개인 연금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모든 6세 아동에게 매달 10유로(약 1만7290원)를 지급해 국가 지원 저축 계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연정 내부의 갈등 끝에 인프라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지만 진짜 시험대는 내년에 예정된 연금 제도와 건강보험 제도의 전면 개편이 될 전망이다. 메르츠 총리는 17일 의회 연설에서 “경제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내년에도 추가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