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HBF’ 기술로 1억 IOPS 구현… AI 추론 수요가 낸드 공급망 흔든다
HBM 이은 ‘스토리지 넥스트’ 혁명… PC·소비자용 SSD 가격 도미노 인상 불가피
HBM 이은 ‘스토리지 넥스트’ 혁명… PC·소비자용 SSD 가격 도미노 인상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말레이시아 IT 전문매체 포크데(Pokde)는 19일(현지시간) 조선비즈 등의 보도를 인용해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AI SSD 프로젝트가 소비자용 낸드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낸드 생산 능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경우, 일반 PC와 소비자용 저장장치 시장은 심각한 공급 난과 가격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억 IOPS’의 괴물 스토리지, ‘스토리지 넥스트’ 프로젝트
반도체 업계는 현재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가 공동 개발 중인 이 차세대 저장장치를 ‘스토리지 넥스트(Storage Next)’ 혹은 ‘AI-N P’라는 코드명으로 부른다. 핵심은 속도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무작위 데이터 입출력 속도(Random I/O Performance)는 초당 1억 IOPS(Input/Output Operations Per Second)에 이른다. 이는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소비자용 PCIe 5.0 SSD가 약 200만 IOPS, 최신 데이터센터용 SSD가 약 1000만 IOPS 수준인 점과 견주면 차원이 다른 성능이다. 데이터센터용 최상위 제품보다 10배, 일반 고성능 SSD보다는 무려 50배나 빠른 속도다.
이를 구현하고자 양사는 ‘고대역폭 낸드(HBF·High Bandwidth Flash)’ 기술을 도입한다. HBF는 낸드 칩을 수직으로 높게 쌓아 올리고 데이터 전송 통로(대역폭)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D램 시장의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유사한 기술적 접근법을 취한다. 기존 낸드의 용량상 이점에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메모리와 스토리지 사이의 병목 현상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학습에서 ‘추론’으로… AI 시장의 축 이동이 부른 나비효과
왜 지금 ‘AI SSD’인가. 이는 생성형 AI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직결된다.
지난 2년간 AI 시장은 거대언어모델(LLM)을 똑똑하게 가르치는 ‘학습(Training)’ 단계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기억하고 연산하는 D램과 HBM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학습된 AI를 실전에 투입해 답변을 생성하는 ‘추론(Inference)’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추론 과정, 특히 검색 증강 생성(RAG)과 같은 최신 기술은 AI가 실시간으로 외부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정보를 조합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데이터의 양은 HBM의 용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D램은 속도가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고 가격이 비싸 대용량 구축에 한계가 있다.
소비자 시장 ‘경고등’… 낸드 가격 폭등 시나리오
문제는 이 기술 혁신이 일반 소비자에게는 ‘청구서’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HBM 생산을 위해 D램 생산라인을 대거 전환하면서 일반 D램 가격이 상승했듯이, AI SSD 양산이 본격화하면 낸드 시장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HBF와 같은 고성능 제품은 일반 낸드보다 다이(Die) 크기가 크고 공정 난도가 높아, 같은 웨이퍼를 투입해도 생산량이 줄어든다.
더욱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AI SSD 라인으로 생산능력을 집중할 경우, 일반 소비자용(Client) SSD에 할당되는 웨이퍼 물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등 주요 분석기관에 따르면, 이미 기업용 SSD 수요 증가로 낸드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엔비디아발(發) AI SSD 수요가 더해진다면, 2026년 이후 PC용 SSD나 스마트폰용 낸드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장벽’을 넘기 위한 고육지책
결국 AI SSD는 프로세서(GPU)와 저장장치 사이의 속도 차이로 성능이 제한되는 ‘메모리 장벽(Memory Wall)’을 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홍콩 및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생태계 확장은 이제 연산 장치(GPU)를 넘어 저장 장치(SSD)의 구조적 변화까지 강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HBM 시장 장악력을 낸드 분야로 확장할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당분간 ‘고물가 스토리지’ 시대를 견뎌야 하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AI 빅테크 기업들이 컴퓨팅 자원을 독식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변화가 SK하이닉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국내 PC 시장 및 소비자 가전 물가에는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기업 구매 담당자나 일반 소비자라면 SSD 등 저장장치 구매 시기를 앞당기는 등 선제적인 대응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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