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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다 밑 지도’로 美 잠수함 노린다…42척 조사선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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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다 밑 지도’로 美 잠수함 노린다…42척 조사선 총동원

대만·괌·말라카 해협 5년 정밀 측량…음향 그림자 구역까지 계산
2035년 잠수함 80척 체제…美 버지니아급 은밀성 정면 도전
중국 해양 조사선이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데이터 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중국은 조사선과 수중 센서를 결합해 해저 환경을 정밀 모델링하며 잠수함 작전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사진=인도밀리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해양 조사선이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데이터 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중국은 조사선과 수중 센서를 결합해 해저 환경을 정밀 모델링하며 잠수함 작전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사진=인도밀리터

인도태평양의 군사 경쟁이 ‘보이지 않는 전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포탄과 미사일이 아니라, 바닷속 지형과 수온, 소리의 흐름을 누가 더 정밀하게 이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를 인용한 인도밀리터 보도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민군 통합 체계를 통해 최소 42척의 해양 조사선과 수백 개의 수중 센서를 동원, 5년 이상에 걸친 장기 해저 매핑 작전을 수행해 왔다. 대상 지역은 대만, 괌, 말라카 해협 등 미 해군의 핵심 작전 해역이다.

이는 단순한 해양 조사 수준이 아니라, ‘전장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가깝다. 바다를 하나의 거대한 작전 공간으로 보고, 그 안의 모든 물리·음향 정보를 좌표화하려는 시도다.

바다를 ‘픽셀 단위’로 쪼갠다…병행 항로 정밀 측량

중국의 접근 방식은 치밀하다. 조사선들은 ‘병행 항로(Parallel Track)’ 방식으로 해역을 촘촘히 훑으며 해저 지형을 고해상도로 재구성한다.

퇴적물 성분, 해저 경사, 수심 변화 등 정적 데이터에 더해, 수중 센서와 부표, 무인잠수정(UUV)을 통해 수온·염도·해류 같은 동적 데이터까지 결합한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단순 지도가 아니라 ‘수중 작전 환경 모델’로 발전한다. 특정 해역에서 소리가 어떻게 퍼지고 굴절되는지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소나가 듣지 못하는 구역’까지 설계


핵심은 음향 지배다.

잠수함 탐지는 소리에 의존한다. 그런데 수온과 염도, 수심에 따라 소리의 경로가 굴절되면서 탐지 사각지대가 생긴다. 이른바 ‘음향 그림자 구역’이다.

중국은 이 구역을 정밀하게 계산해 자국 잠수함을 배치하고, 동시에 적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한 최적 센서 위치까지 도출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수온 약층(thermocline)을 활용하면 잠수함은 상대 소나에는 잘 잡히지 않으면서도 자신은 넓은 범위를 탐지할 수 있는 ‘비대칭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둥팡훙 3호 반복 투입…데이터 ‘누적 보정’


이 작전의 핵심 플랫폼 중 하나는 둥팡훙 3호다. 이 선박은 대만과 괌 인근 해역을 반복적으로 항해하며 데이터를 수집했고, 일본 근해에서도 활동이 확인됐다.

동일 해역을 여러 차례 반복 측량하는 이유는 단순 축적이 아니라 ‘보정’이다. 계절과 기상 변화에 따른 환경 변수를 반영해 데이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결국 이는 일회성 조사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진화하는 ‘살아있는 해저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수중 만리장성’…초크포인트를 투명하게 만든다


이 전략은 ‘수중 만리장성(Underwater Great Wall)’ 구축으로 불린다.

특히 말라카 해협과 같은 좁은 수로(초크포인트)는 잠수함 이동의 필수 통로다. 중국이 이 지역을 완전히 데이터화할 경우, 통과하는 잠수함의 탐지·추적·차단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필리핀~일본 해역, 인도양 진입로 등 주요 해상 회랑에서도 유사한 활동이 포착됐다. 이는 인도태평양 전역을 하나의 ‘연결된 감시망’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美 핵잠수함 은밀성 흔든다…전장 패러다임 변화


워싱턴 전략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미국 핵잠수함의 은밀성 약화다.

버지니아급 잠수함과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전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해저 환경이 완전히 데이터화되면, 은밀성 자체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약 80척 규모의 잠수함 전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정밀 해저 데이터까지 결합될 경우, 단순 숫자를 넘어 ‘질적 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래 해전은 더 이상 함정 숫자나 미사일 사거리 경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바닷속의 ‘보이지 않는 물리 법칙’을 더 정밀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 그것이 잠수함의 생존과 탐지, 그리고 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