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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휘발유차 금지 완화안에 스텔란티스 “성장 로드맵 없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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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휘발유차 금지 완화안에 스텔란티스 “성장 로드맵 없다” 비판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CEO.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오는 203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휘발유차 판매 금지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후 정책을 손질했지만 유럽 최대 자동차 완성차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스텔란티스가 자동차산업의 성장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20일(현지시각) 가진 인터뷰에서 “EU의 이번 패키지에는 유럽 자동차 산업을 성장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시급한 조치가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필로사 CEO는 지난달 EU가 2035년부터 예정된 휘발유차 판매 금지 방침을 완화할 경우 유럽 내 투자를 대폭 늘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제시된 수정안을 검토한 뒤에는 “성장 없이는 추가 투자를 생각하기 어렵고 추가 투자가 없으면 유럽의 일자리와 번영, 안보에 필수적인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자동차 제조업계에 2035년까지 배출가스를 ‘제로’로 줄이도록 강제하던 규정을 일부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2021년 배출량의 10% 수준까지는 유지할 수 있고 일부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저탄소 철강과 지속가능 연료 사용을 통해 배출량을 상쇄하도록 의무화한 점이 업계의 우려를 키웠다.

필로사 CEO는 특히 상용차와 밴 등 전기차 전환을 지원할 즉각적인 완화 조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35년 휘발유차 금지 완화와 관련한 각종 조건이 복잡해 실제 이행 가능성이 불분명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필로사는 “대다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량 생산 자동차 업체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는 이번 EU 패키지가 제조사들이 직면한 주요 과제를 일부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이행 장벽이 지나치게 많은 재앙적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U 집행위는 기존 2035년 규제의 목표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산업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3월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고 이제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며 “유럽이 기후 목표를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EU 관계자도 저탄소 철강과 재생 연료 요건이 친환경 기술을 위한 선도 시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자동차 지역 연합(ARA) 의장인 귀도 귀데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합리성과 시장, 소비자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간 조치”라면서도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기후 정책 기조가 보다 급격히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고 차량 배출 규제를 완화했다. 이로 인해 포드와 GM은 전기차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하이브리드와 휘발유차 투자가 다시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스텔란티스는 향후 4년간 미국에 130억달러(약 19조253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UBS의 패트릭 후멜 애널리스트는 “EU는 여전히 2035년까지 신규 차량 판매의 대부분을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며 “자동차 업체들이 이번 규제 개정을 이유로 투자 전략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