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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6년 영업익 100조 ‘잭팟’ 전망… HBM 부활에도 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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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6년 영업익 100조 ‘잭팟’ 전망… HBM 부활에도 긴장해야

“기술력 아닌 시장의 승리”… 메모리 호황이 가린 파운드리 위기론
HBM 점유율 22%로 2위 탈환 vs 2나노 수율 50%의 딜레마
삼성전자의 HBM3E와 HBM4.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의 HBM3E와 HBM4. 사진=연합뉴스
2026, 삼성전자가 반도체 역사상 유례없는 슈퍼사이클(초호황)’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을 제치고 2위를 탈환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덕분이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번 실적 전망이 삼성의 초격차 기술회복이 아닌, 단순한 시장 공급 부족에 기댄 성과라는 냉정한 분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생존을 좌우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여전히 수율(양품 비율) 문제로 고전하고 있어, 2026년은 삼성에 기회이자 위기가 공존하는 중요한 기로가 될 전망이다.

HBM의 반격… 엔비디아·AMD 뚫고 만년 3꼬리표 뗐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Wccf테크는 20(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의미 있는 반등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HBM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마이크론을 제치고 SK하이닉스에 이어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지난해 점유율이 급락하며 위기감이 감돌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삼성의 이러한 실적 개선은 주요 고객사 확보 덕분이다. 삼성은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용 HBM3E(5세대)HBM4(6세대) 제품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AMD인스팅트 MI400’ 시리즈에도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경쟁사 대비 높은 D램 생산 능력(CAPA)을 보유하고 있어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유리한 구조라며 특히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는 업계에서 가장 빠른 핀(Pin) 속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2026년 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 영업이익 730억 달러… 실력인가, 운인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공급 부족(Shortage) 현상도 삼성에는 호재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와 대만 유나이티드데일리뉴스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2025년 글로벌 메모리 매출은 올해보다 27.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은 730억 달러(10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 호조를 두고 삼성의 기술 경쟁력이 회복됐다기보다는 시장 상황이 만들어준 착시 효과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만 디지타임스의 차이초샤오(Chai Cho-xiao) 부국장은 지난 20Wccf테크를 통해 삼성의 이익 증가는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시장 효과일 뿐, 근본적인 경쟁력 우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삼성이 ▲HBM 생산 수율 ▲파운드리 기술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3대 핵심 축에서 여전히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2나노 수율 ‘50%’ 벽… TSMC 추격의 아킬레스건


가장 큰 고민거리는 파운드리다. 삼성전자는 2027년 파운드리 사업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술적 난관이 만만치 않다.

특히 꿈의 공정이라 불리는 ‘2나노미터(n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수율(양품 비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Wccf테크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모바일 칩 엑시노스 2600’의 양산 수율이 현재 약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상업적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수율을 7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아직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테슬라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칩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암호화폐 채굴 장비업체 두 곳에서 수주를 따내는 등 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TSMC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려면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6년은 삼성전자에 있어 약이자 독이 될 수 있는 해다. D램과 HBM 시장의 호황으로 곳간은 채워지겠지만,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성장에 그칠 공산이 크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의 메모리 호황은 삼성에 시간을 벌어준 것일 뿐이라며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HBM4 시장 선점 여부가 향후 10년 삼성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