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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내년 초 중국행… 한중 경제협력 '새 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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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내년 초 중국행… 한중 경제협력 '새 판' 짠다

중국 관영매체, 韓 재계 방중 계획 비중 있게 보도… "성장 위한 불가피한 선택" 강조
지난해 교역액 3280억 달러·21년 연속 최대 파트너… '디커플링' 한계 속 실리 추구
제조업 넘어 AI·신에너지·바이오로 협력 전선 확대… 한중 FTA 2단계 협상도 탄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내년 초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는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하고 공급망 분절화(Decoupling) 압력이 거센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내년 초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는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하고 공급망 분절화(Decoupling) 압력이 거센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내년 초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는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하고 공급망 분절화(Decoupling) 압력이 거센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3(현지시간) 보도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이번 방중 일정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200여 명이 참여를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번 방문이 한국 재계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안정과 성장을 꾀하려는 강력한 의지라고 분석했다.

'디커플링' 파고 속 실리 택한 韓 기업들


현재 세계 경제는 '위험 제거(De-risking)'라는 명분 아래 공급망 재편이 한창이다. 그러나 글로벌타임스는 이러한 서사가 오히려 글로벌 분업 체계를 흔들고 기업 운영 비용을 높이는 불확실성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치명적인 위험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이 갖는 위상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지난해(2024) 한중 양국 교역액은 32808000만 달러(474조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중국은 21년 연속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 자리를 지켰고, 한국 역시 중국의 2대 무역 파트너로서 생산과 공급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사절단 파견을 두고 그동안 경색됐던 양국 경제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거대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활용해 성장의 확실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전통 제조업 넘어 '미래 산업'으로 동맹 진화


이번 협력 논의는 과거 단순 가공무역이나 전통 제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선다. 양국 기업은 ▲신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 ▲디지털 경제 등 첨단 미래 산업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중국은 방대한 내수 시장과 다양한 응용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신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중국의 인프라와 시장을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셈법이다. 특히 탄소중립과 맞물린 녹색 저탄소 이니셔티브와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간 채널 복원… FTA 후속 협상 속도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에 발맞춰 정부 간 소통 채널도 다시 가동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중순 베이징에서 회동했다.

중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양측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진전시키고 신흥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경제 무역 협력이 양국 관계의 '평형수(Ballast)'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자리였다.

재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자 생산기지"라며 "이번 총수들의 방문은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생존과 도약을 위한 해법을 찾으려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내년 초로 예정된 이번 방중이 단순한 친선 도모를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지형에서 한국 기업들에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비스·투자 개방 넘어 '공급망 안전판' 확보… 반도체·배터리 불확실성 걷어낸다


이번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표면적 의제는 문화·관광·금융 등 '서비스·투자' 시장 개방이지만, 산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전판'을 확보할 기회로 보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2단계 협정에 담길 '투자자 보호 강화''비관세 장벽 완화' 조항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첨단 기업들의 방어막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 내 생산 시설 운영의 안정성이 핵심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의 상당량을 생산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을 통해 중국 정부의 자의적인 규제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베이징의 한 통상 소식통은 "미국의 대중 제재 속에서 한국 기업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중국 당국과 명문화된 투자 보호 협정을 통해 경영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 산업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가 화두다. 한국 배터리 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는 니켈·리튬 등 전구체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업계에서는 이번 2단계 협상이 소재 수급 채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중국 내 합작법인(JV) 운영과 관련한 리스크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단순한 시장 접근성 확대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교란 시 양국 간 핫라인 가동과 신속 통관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2단계 협정에 녹여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는 '디커플링'의 파고 속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제조 거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실리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