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구마모토 2공장, 車 반도체 대신 ‘AI용 4나노’ 설계 변경 유력
‘EV 캐즘’ 직격탄 닛산·도요타, 배터리 투자 철회… 日 공급망 대개조
‘EV 캐즘’ 직격탄 닛산·도요타, 배터리 투자 철회… 日 공급망 대개조
이미지 확대보기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5일(현지시간) “2025년 큐슈의 자동차·반도체 산업에서 계획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며 “TSMC가 구마모토 2공장의 생산 품목을 기존 차량용에서 AI용 최첨단 반도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TSMC, 공사 중단하고 'AI 올인'… 6나노 버리고 4나노 간다
'실리콘 아일랜드' 큐슈의 상징인 TSMC 구마모토 2공장 건설 현장(기쿠요마치)은 최근 심상치 않은 정적에 휩싸였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10월 착공했던 현장은 지난달 말부터 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현장을 메우던 크레인과 항타기(말뚝 박는 기계)도 자취를 감췄다.
이는 단순한 공사 지연이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TSMC가 생산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당초 계획은 차량용 반도체 주력인 6나노(nm·10억분의 1m) 공정이었으나, 이를 4나노 이하 최첨단 미세공정과 첨단 패키징(CoWoS 등) 라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러한 전략 수정은 글로벌 시장의 명암이 엇갈린 탓이다. EV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정체된 반면, 생성형 AI 열풍으로 고성능 AI 반도체 주문은 폭주하고 있다. TSMC는 일본 내 AI 반도체 수요를 면밀히 따져본 뒤 설계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일본은 단순 차량용 칩 생산지를 넘어 첨단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고리로 격상하게 된다.
닛산·도요타, 배터리 공장 '백지화'… EV 한파에 몸사리기
반면, 큐슈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자동차 산업은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 닛산자동차는 지난 5월, 후쿠오카현과 맺었던 EV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불과 3개월 만에 백지화했다. 투자액만 약 1533억 엔(약 1조 4200억 원)에 달하고 500명을 신규 고용하려던 대형 프로젝트였다.
히라타 테이지 닛산 집행임원은 당시 "경영 환경이 크게 변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닛산의 경영 부진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EV 시장 감속,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닛산은 대신 2028년 3월 가동을 멈추는 오파마 공장(가나가와현)의 생산 물량을 큐슈로 옮겨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생산 효율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도요타자동차 역시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당초 지난 4월 후쿠오카현과 배터리 공장 입지 협정을 맺으려 했으나, 이를 가을로 미루더니 지난달에는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새 계획을 짜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배터리 대신 자동차 부품 생산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제기한다.
에너지 인프라 확충… 'AI 전력' 대비하는 큐슈
산업 재편에 맞춰 에너지 인프라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기타큐슈시 앞바다에 건설 중인 '기타큐슈 히비키나다 해상풍력발전소'는 최근 풍차 25기 설치를 마쳤다. 최대 출력 22만 킬로와트(kW)로, 가동 시점 기준 일본 최대급 해상풍력단지가 된다.
정부는 지난 10월, 이 지역을 해상풍력 '유망 구역'으로 격상했다. 향후 5100억 엔(약 4조 7400억 원)을 투입해 착상식 풍차 34기를 추가 설치, 48만 kW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큐슈리스서비스와 서부가스 등 지역 기업들도 대형 축전지(ESS) 사업에 뛰어들며 불안정한 재생에너지 수급 조절 능력 확보에 나섰다.
2025년 큐슈의 풍경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과거 큐슈 경제를 이끌던 것이 '자동차 조립 라인'이었다면, 미래는 'AI 반도체 클러스터'가 그 자리를 대체할 조짐이다.
시장에서는 "TSMC의 공정 전환 검토가 일본이 레거시(구형) 반도체에서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국으로 진입하려는 야심을 보여준다"며 "한국 기업들도 일본 내 공급망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특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EV 숨 고르기'와 'AI 질주'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일본 큐슈는 지금 산업의 뱃머리를 AI로 급격히 돌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