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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글로벌 증시는? '관세 공포' 뚫고 7000선 넘보는 美 증시... '에이전트 AI'와 'K-밸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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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글로벌 증시는? '관세 공포' 뚫고 7000선 넘보는 美 증시... '에이전트 AI'와 'K-밸류업'

격동의 2025년을 넘어, 美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과 '에이전트 AI'가 주도하는 노랜딩 경제
반도체 매출 1조 달러 시대... HBM 공급 부족이 부른 슈퍼사이클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과 밸류업 세제 혜택... 韓 증시 재평가 원년 되나
전문가들은 2026년을 단순한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추론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AI(Agentic AI)'가 실물 경제를 견인하는 원년으로 정의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전문가들은 2026년을 단순한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추론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AI(Agentic AI)'가 실물 경제를 견인하는 원년으로 정의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5년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롤러코스터'와 같은 한 해였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4'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선언한 전격적인 관세 폭탄은 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으나, 미국 기업들의 놀라운 기초체력과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S&P500 지수를 7000포인트 턱밑까지 끌어올리는 대반전을 연출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2026년으로 향한다. 본지는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 연구소의 최신 데이터를 종합해 2026년 증시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와 기회 요인을 진단했다.

2025년의 교훈, 위기를 기회로 바꾼 '회복 탄력성


2025년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충격과 회복'이었다.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기술적 슈퍼사이클''지정학적 파편화'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국면에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단행한 관세 충격은 잔인했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을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인 17%로 인상하겠다는 이 발표는 S&P500 지수를 하루 만에 5% 폭락시켰으며, 중국의 보복 우려로 다음 날 추가 6% 하락을 유발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미국 국채(Treasury) 시장의 안전 자산 지위를 흔드는 '발작'을 일으켰고, 달러 가치 하락과 금리 급등이라는 복합 위기로 이어질 뻔했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채권 시장의 불안정성을 인지하고 49일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했으며, 이후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주요 동맹국과 관세율을 낮추는 프레임워크 협상을 타결하며 투자 심리를 안정시켰다. 이는 2025년 하반기 증시 반등의 기초가 되었으며, '트럼프 풋(Trump Put)'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이런 가운데 역사적인 감세 법안인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의 통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되었던 한 해였다. 특히 7월 통과된 OBBBA는 시장 반등의 기폭제가 되었다. 팁 소득 및 초과 근무 수당 면세, R&D 비용 즉시 공제 등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또한,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산업은 단순한 생성형 모델(Generative AI)을 넘어 자율적인 추론과 실행이 가능한 '에이전트 AI(Agentic AI)'로 진화하며 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을 견인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2025년 말 기준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을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으로 돌파했음을 증명한다.

2026년 글로벌 및 미국 경제 전망, 재정 주도 성장과 고금리의 공존

전문가들은 2026년을 단순한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추론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AI(Agentic AI)'가 실물 경제를 견인하는 원년으로 정의한다.

우선 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파급영향을 주는 미국 경제는 2026년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OBBBA의 재정 자극과 AI 투자 붐에 힘입어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IMF와 주요 IB들은 2026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2.1% 수준으로 전망하며 침체 없는 연착륙, 혹은 '노랜딩(No Landing)'을 예고했다.

2026년부터 본격화되는 '초과 근무 수당 면세(No Tax on Overtime)' 조치는 노동 시장에 강력한 공급 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특히 제조업, 물류, 헬스케어 등 필수 노동 인력의 가처분 소득을 직접적으로 증가시켜, 고물가 환경에서도 소비 여력을 지지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재정 확장은 연준의 통화 정책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예일대 예산 연구소(Yale Budget Lab)의 분석에 따르면, OBBBA로 인한 국채 발행 증가는 장기 국채 금리를 구조적으로 상승시키며 '구축 효과(Crowding out)'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시장은 이미 2026년 금리 인하 기대감을 축소하고 있으며, 이는 2025년 초 80bp 인하 기대에서 12월 기준 50bp 수준으로 후퇴했다. 2026년 미국은 '고성장-고금리'가 공존하는 독특한 경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투자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도 성장이 소폭 둔화할 전망이다.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53.2%에서 20263.1%0.1%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보호무역주의의 심화와 지정학적 분절화(Fragmentation)가 무역 흐름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유럽(Euro Area)2026년 성장률은 1.1%~1.2% 수준에 머물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높은 에너지 비용과 중국의 저가 상품 공세가 제조업의 발목을 잡고 있으나, 국방비 지출 확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속된 안보 불안과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 압박은 유럽 각국의 국방비 증액을 강제하고 있다. '유럽 방위 산업 전략'에 따라 항공우주 및 방산 기업들의 R&D 투자가 4.8% 증가하는 등 산업적 육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라인메탈(Rheinmetall), 탈레스(Thales) 등 유럽 주요 방산 기업은 2026년에도 강력한 수주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다.

또한, 2026년 시행될 '청정 산업 거래(Clean Industrial Deal)'는 유럽 내 친환경 제조 기반을 강화하며 관련 유틸리티 및 신재생 에너지 기업에 정책적 수혜를 제공할 것이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2026년 성장률은 4.2%~4.4% 수준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새로운 3대 산업(전기차, 배터리, 태양광)'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서구권의 무역 장벽 강화로 수출 주도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2026년 글로벌 성장 동력은 에이전트 AI가 촉발한 슈퍼사이클


에이전트 AI는 기존 AI 모델 대비 월등히 높은 연산 능력과 메모리를 요구한다. 이로 인해 2026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사상 최초로 1조 달러(1445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초고용량 D램의 공급 부족(Shortage) 현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들에게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부여하며 '슈퍼사이클'을 만들어낼 것이다. 월가는 마이크론의 2026년 순이익 추정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으며, 주가는 2025년에만 3배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제조 장비(WFE) 시장 역시 2026년 두 자릿수 성장이 예고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칩 제조업체가 설비 투자를 2026년 초에 집중하면서, 이른바 '장비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나노 공정 전환과 HBM 패키징 수요의 수혜를 장비 제조업체들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6년 한국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원년


한국 증시는 2026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웃퍼포머(Outperformer)'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JP모건 등 주요 IB는 코스피(KOSPI) 목표치를 5000포인트까지 제시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비중 확대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호조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맞물리며 글로벌 시장 대비 초과 수익(Outperform)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급증으로 직결되며, 이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원화 가치를 안정시켜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해 온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6년부터 세제 혜택과 결합하여 실효성을 발휘할 것이다. 배당 소득 분리 과세 추진과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혜택은 기업들이 주주 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이는 금융주(은행, 보험)와 저PBR 지주사들의 재평가(Re-rating)를 가속화할 핵심 동력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은 변압기 및 전력 설비 기업들에게 장기 호재다. HD현대일렉트릭 등 관련 기업들은 이미 수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로, 2026년에도 실적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2026년 투자의 핵심으로 '하드웨어''정책 수혜'를 꼽는다.

집중해야 할 섹터는 에이전트 AI 구동의 필수재인 AI 반도체(메모리),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인프라, 그리고 한국의 밸류업 수혜주(금융, 지주)가 유망하다. 미국의 OBBBA 수혜주(소비재, R&D 투자 기업)와 유럽의 방산주는 정부 지출이 집중되는 곳이다. 이처럼 재정 정책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섹터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2026년 주가에 부담이 될 요인도 적지 않다.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에 따른 금리 변동성,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가 불안,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변수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은 거시경제의 파도보다는 산업의 본질적 성장과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올라타는 '선별적 투자'가 수익률을 가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2025년 교훈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은 다가올 변화 파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