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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확보가 생존 열쇠” 텍사스, 원전에 5000억 승부수…美 ‘원자력 르네상스’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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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확보가 생존 열쇠” 텍사스, 원전에 5000억 승부수…美 ‘원자력 르네상스’ 점화

MS·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으로 원전 투자
SMR과 연료 공급망 구축 가속화로 텍사스, 미국 원전 부흥의 전초기지로 급부상
미국 에너지 산업의 심장부인 텍사스주가 원자력 발전 생태계 재건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에너지 산업의 심장부인 텍사스주가 원자력 발전 생태계 재건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에너지 산업의 심장부인 텍사스주가 원자력 발전 생태계 재건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폭증하자,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을 찾아 나선 흐름에 올라탄 것이다. 텍사스주의 이번 결정은 미국 전역으로 번지는 원자력 르네상스의 결정적 신호탄으로 읽힌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26(현지시간) 텍사스주가 차세대 원자력 개발을 촉진하고자 35000만 달러(5050억 원) 규모의 이니셔티브를 공식 출범했다고 보도했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텍사스는 명실상부한 세계 에너지 수도라고 강조하며 이번 법안(하원 법안 14) 시행으로 텍사스는 미국 원자력 부흥을 이끄는 선봉에 섰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텍사스는 주 정부 산하에 첨단 원자력 에너지 사무국을 신설한다. 투입 예산은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과 배치, 원전 부품 제조 역량 강화, 우라늄 농축 등 연료 공급망 재건,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에 쓰인다. 애벗 주지사는 이는 주 정부 차원에서는 최대 규모의 지원 약속이라며 원전 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빅테크의 전력 갈증’, 원전 투자의 기폭제


미국 원자력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는 배경에는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들의 절박한 전력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구동할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는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수십 년간 신규 투자가 끊겼던 미국 원전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들이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전력 구매를 넘어 차세대 원자로 개발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장기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SMR·핵융합선점 경쟁 치열


기업들의 행보는 구체적이고 과감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최대 원전 운영사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 덕분에 2019년 가동을 멈췄던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섬 원전’ 1호기가 재가동을 준비 중이다. MS는 또한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가 투자한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와도 손을 잡았다.

구글은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주목했다. 구글은 SMR 개발사인 카이로스 파워와 계약을 맺고, 2030년대 가동을 목표로 하는 원자로에서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역시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내에서 1~4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원자력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한 상태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에서 나트륨 냉각 고속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샘 알트만이 이사회 의장을 맡은 오클로는 데이터센터 전용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 2020년대 후반 상용화를 노리고 있다.

월가와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텍사스의 대규모 투자가 민간 기업들의 움직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에너지 시장 분석가는 빅테크가 촉발한 전력 수요와 정부의 정책 지원이 맞물리며 원자력 산업이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텍사스의 이번 투자는 미국 전역으로 원전 붐이 확산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텍사스의 움직임은 탈원전논쟁을 넘어 원전 르네상스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닌, AI 산업의 폭발적 전력 수요라는 시장 논리가 원전 부활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한국의 원전 수출 및 관련 부품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이자, 동시에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하는 도전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