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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 부활 30년간 대형 원자로 120기 필요…SMR은 보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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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 부활 30년간 대형 원자로 120기 필요…SMR은 보조 역할

노후 원자로 90기 교체·AI 전력 폭증에 추가 30기 불가피
2030년 글로벌 SMR 912MW 도달 전망…5년 새 3배 급증
소형 모듈 원자로(SMR)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미국이 원전 부활을 위해 향후 30년간 120기에 가까운 대형 원자로 건설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소형 모듈 원자로(SMR)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미국이 원전 부활을 위해 향후 30년간 120기에 가까운 대형 원자로 건설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소형 모듈 원자로(SMR)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미국이 원전 부활을 위해 향후 30년간 120기에 가까운 대형 원자로 건설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뉴스프로와 리얼클리어에너지는 지난 10(현지시각) 각각 SMR 시장 전망과 미국 원전 부활 전략을 보도했다.

전력망 없는 오지 산업현장이 SMR 성장 이끌어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SMR 설치 용량은 올해 312.5MW에서 2030912.5MW로 늘어나 연평균 23.9% 성장할 전망이다. 송전망이 닿지 않는 오지에서 산업용 고온 열을 자체 생산하려는 수요와 탄소 배출 감축 의무 강화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

화학·제조·광업 부문 기업들은 높은 온도의 열과 전기를 한꺼번에 작은 규모로 공급하는 SMR에 주목한다. 특히 산속이나 사막 같은 외딴 곳에 있는 광산에서 SMR이 기존 디젤 발전기를 대체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송전선을 끌어오기 어려운 곳에서 자체 전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난해 SMR 카탈로그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SMR 모델 대부분이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개념설계 단계가 44.3%(31), 기본설계 단계가 18.6%(13), 상세 설계 단계가 24.3%(17)를 차지한다. 상세 설계 단계 17개 모델은 2030년 초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43년 노후 원자로 90기 교체, AI 전력 수요로 30기 더 필요


리얼클리어에너지 보고서는 미국이 전력의 약 20%를 원자력에서 계속 생산하려면 향후 30년 내 100기 이상의 대형 가압수형 원자로(PWR)가 완공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지 약 100기 원자로를 완성한 경험이 있다.

현재 미국은 28개 주에 걸쳐 54개 원자력 발전소에서 93기 원자로를 운영한다. 문제는 이들 원자로의 평균 연령이 43년에 달한다는 점이다. 원자력 규제 위원회(NRC)는 일부 원자로의 가동 기한을 초기 설계 수명 40년에서 60년 또는 80년으로 연장했지만, 많은 원자로가 경쟁력 부족이나 고비용 수리 문제로 향후 30년 내 가동을 중단할 전망이다.

미국은 2017년 원자력 발전 최대 용량 9만9629MW에서 약 20%의 전력을 생산했으나, 현재는 9만6953MW로 약 18%의 전력을 생산하는 수준이다. 전기의 20%를 원자력에서 계속 생산하려면 기존 원자로를 대체할 약 90기의 1100MW 원자로를 새로 건설해야 하며, 전력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 추가로 30기의 원자로가 필요하다.

전기차·히트펌프 사용 증가, 제조업 확장 및 전기화, AI 데이터센터 같은 새로운 용도로 인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올해 4461MW에서 20286175MW1.4배 증가할 전망이다.

대량 건설 통한 규모의 경제 없이 경쟁력 확보 불가능


보고서는 단기에 원자력 발전을 되살리려면 이미 검증받은 대형 PWR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원자로는 현재 가장 흔한 원자로이며, 안전성과 신뢰성 면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출력 등급은 1,100에서 1,400MW에 이른다.

SMR은 출력이 70에서 300MW까지 다양하지만, 현재 미국에는 운영 중인 SMR이 없다. 새 SMR을 짓고 시험해 비용·성능·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보고서는 "PWRSMR은 서로 다른 시장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전력 회사가 10개 이상의 SMR을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미국 원전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보틀 2호와 4호 유닛은 지난 30년간 미국에서 처음 건설된 신규 원전으로, 완공까지 15년이 걸렸으며 비용은 368억 달러(537000억 원)로 처음 예상의 두 배 이상이었다. 반면 중국과 한국 기업들은 비슷한 크기의 PWR 원자력 발전소를 미국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건설한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비용 문제를 풀려면 똑같은 설계 원자로를 일정한 속도로 많이 건설하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각 부지에 많은 수의 원자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설계를 반복해 지으면 공사 숙련도가 높아지고 부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어 비용이 줄어든다. 향후 30년 내 100기 이상 원자로를 건설하는 장기 계획이 있어야 제조와 자동화에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아직 운영 중인 원자력 시스템 공급업체는 웨스팅하우스 한 곳뿐이다. 이 회사는 보틀 프로젝트 비용 초과 때문에 파산했으며 현재 두 캐나다 회사가 소유한다. 이들은 현대 1100MW PWR 설계인 AP1000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원전산업, AI 시대 글로벌 기회 확대


미국 원전시장이 재개되면서 한국 원전산업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4일 미국 에너지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와 텍사스주 아마릴로 외곽 '복합 에너지 및 AI 캠퍼스' AP1000 대형 원전 4기 건설에 대한 기본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본토 대형 원전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정부의 800억 달러(118조 원) 규모 AP1000 원전 사업에서 원자로 6, 증기발생기 12기를 동시 공급한 유일한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 내 독보적 존재감을 확보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텍사스 AI 캠퍼스 부지에 건설될 AP1000 원전 4기에 들어갈 주단소재 제작 계약까지 따냈다.

국내에서도 SMR 개발이 활발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혁신형 SMR(i-SMR)2028년 표준설계인가 획득을 목표로 표준 설계 중이다. 정부는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총 3,992억 원 규모의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원전이 기존 대형 원전과 SMR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원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SMR 시장이 본격화하기까지는 경제성 확보와 규제 불확실성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