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유럽의 원자재 확보 경쟁이 스웨덴 최북단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북극권에서 약 145km 떨어진 스웨덴 소도시 키루나가 대규모 광산 개발에 따른 지반 침하 문제로 도시 전체를 단계적으로 옮기고 있어서다.
CNBC는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도시 재배치 사례 가운데 하나로 키루나 이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키루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철광석 광산 확장으로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수천 명의 주민과 건물이 이동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기존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 새 도시가 조성되고 있으며 이 작업은 오는 2035년 완료를 목표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예니 쇼홀름 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겉으로 보면 이국적인 장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소도시가 겪는 보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키루나는 125년 전 스웨덴 국영 광산 기업 엘카브의 철광석 채굴을 위해 조성된 도시다. 현재도 유럽 최대 지하 철광석 광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유럽 우주 산업의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엘카브는 유럽연합(EU) 전체 철광석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지역 핵심 기업이다.
최근 엘카브는 철광석 생산과 함께 유럽 최대 규모로 알려진 희토류 매장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와 친환경 기술에 필수적인 광물 확보 측면에서 키루나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 도시 이전 둘러싼 갈등과 비용 부담
키루나 시의회 의장인 마츠 타베니쿠는 “우리는 엘카브와도 싸우고 있고 우리 정부와도 큰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이전이 성공하려면 스웨덴 정부와 EU의 재정적·정치적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도시 이전 과정에서는 정치·경제·환경적 난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특히 토지 부족 문제와 함께 원주민 사미족의 순록 방목과 문화에 미칠 영향도 우려 사항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같은 시기 엘카브는 광산 확장으로 추가로 6000명과 주택 2700채를 더 옮겨야 한다고 발표했다. 엘카브는 향후 10년간 보상 비용이 약 24억 달러(약 3조44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엘카브의 니클라스 요한손 대외협력 담당 수석부사장은 “이주 대상 주민들에게는 주택의 시장 가치에 25%를 추가로 보상하거나 새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90%가 새 주택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새 도시 조성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방, 자연 보호, 순록 방목 등과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밝혔다.
◇ “우리는 광물 위에 살고 있다”
타베니쿠 의장은 “키루나는 광물 위에 세워진 도시”라며 “모든 주민이 언젠가는 이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상실감이 크다면서도 광산 산업에 대한 의존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U는 키루나의 희토류 매장지를 ‘핵심 원자재법’에 따라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으로 지정했다. 이 법은 2030년까지 역내 수요의 40%를 자체 생산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예테보리대학 연구진은 새 도시가 기존보다 겨울철 체감 기온이 최대 10도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격자형 도로 구조와 높은 건물 배치로 찬 공기가 고이고 낮은 태양 고도로 인해 햇볕이 지면에 잘 닿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쇼홀름 교수는 “겨울이 이미 긴 북극 도시에서 체감온도가 더 낮아지면 생활 편의성과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