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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산, '총알' 대신 'AI·에너지' 올인… 6조 원 머니무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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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산, '총알' 대신 'AI·에너지' 올인… 6조 원 머니무브 시작됐다

英·獨 스타트업, 국방기술 패권 주도… 헬싱(Helsing) 기업가치 20조 원 '우뚝'
러시아 가스관 차단이 부른 나비효과… "에너지 자립과 전력망이 곧 안보"
JP모건 "방산, 10년 장기 테마"… 韓 방산, '제조 능력' 앞세워 틈새 공략해야
유럽 방위산업 시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긴장을 계기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한 거대 기술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유럽의 국방 전략이 영국과 독일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첨단 AI 기술과 에너지 안보 확보로 무게 중심을 완전히 옮기는 모양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방위산업 시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긴장을 계기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한 거대 기술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유럽의 국방 전략이 영국과 독일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첨단 AI 기술과 에너지 안보 확보로 무게 중심을 완전히 옮기는 모양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유럽 방위산업 시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긴장을 계기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인프라를 결합한 거대 기술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 확보에 치중하던 유럽의 국방 전략이 영국과 독일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첨단 AI 기술과 에너지 안보 확보로 무게 중심을 완전히 옮기는 모양새다.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2(현지시각) "유럽 방산 기술 시장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AI 기반 솔루션과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특히 영국과 독일이 국방 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JP모건이 유럽 방산 분야를 향후 최소 10년 이상 지속할 장기 투자 테마로 지목한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4년간 6조 원 쏟아부은 벤처 자금


유럽 방산 시장의 체질 개선은 자금 흐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스타트업 데이터 분석 기관 딜룸(Dealroom) 자료를 보면, 2022년 이후 유럽 방산 스타트업이 유치한 민간 투자금은 약 43억 달러(62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직전 4년 동안 모인 투자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이러한 돈의 흐름을 주도하는 곳은 영국과 독일이다. 특히 독일의 AI 드론 스타트업 헬싱(Helsing)은 기업가치가 120억 유로(203600억 원)에 달해 유니콘을 넘어선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다른 독일 기업 퀀텀 시스템즈(Quantum Systems) 역시 30억 유로(5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영국에서는 피직스X(PhysicsX)와 케임브리지 에어로스페이스(Cambridge Aerospace) 같은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나토(NATO) 혁신기금은 영국과 독일이 보유한 풍부한 과학 인재 풀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탄탄한 제조업 기반이 맞물려 방산 기술 창업에 최적의 토양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안보가 곧 국방… 러 가스 차단이 부른 전력망 투자


이번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방위산업의 확장이 단순한 무기 개발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은 그동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미국보다 도매 전력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관 공급량을 30~40% 줄이면서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AI 기반의 첨단 방어 시스템을 운용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국방력 강화의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력망을 현대화하는 데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역설적으로 유럽의 에너지 자립과 국방 AI 인프라 고도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獨 정부의 공격적 예산 투입… 빗장 풀린 국방 조달


각국 정부도 정책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전략적 방어 검토'를 발표하며 50억 파운드(97200억 원) 규모의 기술 투자 계획을 내놨다. 드론 업체 테크에버(Tekever)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전통적인 방산 업체가 아닌 비전통적 기술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독일 역시 2026년부터 국방비를 1000억 유로(1697400억 원) 이상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이 군사 계약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조달 정책을 개혁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이는 소수 대형 방산 기업이 독점하던 조달 관행을 깨고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 내부에서는 유럽 특유의 복잡한 행정 절차와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의 국방 조달 절차는 여전히 느리고 보안 검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독일 역시 까다로운 수출 통제 규정과 관료주의적 복잡성이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분석가들은 "정치적 역학 관계와 규제 환경, 그리고 격화하는 글로벌 기술 경쟁이라는 복합 변수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韓 방산의 기회와 위기… "제조 역량은 기회, 보호주의는 경계해야"


유럽 방산 시장이 AI와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K-방산'에도 새로운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우선 기회 요인은 '속도''제조 역량'이다. 유럽 스타트업들이 AI 소프트웨어와 드론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이를 즉각적으로 전장에 투입할 대량 생산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러시아의 위협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은 검증된 무기 체계를 신속하게 공급받길 원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기업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능력과 납기 준수 역량은 유럽의 '제조 공백'을 메울 강력한 무기다. 또한, 유럽의 AI 스타트업 기술을 한국의 하드웨어(전차, 자주포 등)에 접목하는 기술 제휴나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유망한 진출 전략으로 꼽힌다.

반면 위기 요인도 뚜렷하다. 유럽연합(EU) 내에서 확산하는 '방산 보호주의'. EU는 최근 유럽방위산업전략(EDIS) 등을 통해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절반 이상을 EU 내부에서 지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과 독일이 자국 스타트업 육성에 사활을 건 만큼, 한국산 무기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유럽의 AI·에너지 기업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유럽이 갖추지 못한 '에너지 효율적 타격 체계' 등을 선제적으로 제안해 기술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