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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신 日로"… 韓 기업, 미·중 갈등 속 사상 최대 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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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신 日로"… 韓 기업, 미·중 갈등 속 사상 최대 日 진출

2025년 신규 일본 법인 318개로 역대 최고치 경신… 소매·제조·AI 등 전방위 확산
K-컬처 호황 업고 현지 생산·직영점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피한 ‘안전처’ 부상
즉석 라면 제조사 농심은 2025년 6월 도쿄의 트렌디한 하라주쿠 지역에 한국식 라멘을 제공하는 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사진=농심이미지 확대보기
즉석 라면 제조사 농심은 2025년 6월 도쿄의 트렌디한 하라주쿠 지역에 한국식 라멘을 제공하는 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사진=농심
미·중 무역 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거대 시장이자 인접국인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3일(현지시각) 닛케이(Nikkei)와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9월 사이 일본에 설립된 한국 신규 법인은 318개로 이미 2024년 연간 최고 기록(316개)을 넘어섰다.

투자 금액 또한 13억3000만 달러에 달해 전년도 총액의 두 배를 상회하는 등 한국 기업의 ‘일본 상륙’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 K-컬처 파고 넘은 ‘직접 판매’와 ‘현지 생산’


과거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이 단순 무역 수출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일본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생산까지 현지화하는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비재 분야의 진출이 활발하다.

CJ제일제당은 2025년 9월 치바현 기사라즈에 100억 엔 규모의 만두 공장을 개설했다. 이는 한국 식품 기업이 일본 내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생산 시설로, 물류비 절감과 신선도 확보를 통해 일본 내 급증하는 만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6월 도쿄 하라주쿠에 한국식 라면 식당을 오픈하며 트렌드 세터를 공략 중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또한 조조(Zozo) 등 온라인 채널과 팝업 스토어의 성공을 바탕으로 2026년 하반기 도쿄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 AI·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전략적 동맹’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일본은 중국을 대체할 전략적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스와 카카오헬스케어 등 인공지능(AI) 기반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DX) 수요가 높은 일본 시장을 글로벌 확장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장비 및 부품사들은 대만 TSMC가 진출한 규슈와 라피더스 공장이 위치한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 내 투자 위험이 커지자, 기술 유출 우려가 적고 경제 안보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으로 제조 및 연구 거점을 옮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탈중국’ 흐름과 양방향 투자 시대로의 전환


한국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사업 철수 및 축소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31%가 향후 2~3년 내 철수 또는 규모 축소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주된 이유로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긴장을 꼽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인구 규모와 구매력 측면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일본 대외무역기구(JETRO)의 모모모토 카즈히로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대항 투자가 압도적이었던 일방향 흐름이 이제 양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2년 기준 일본 투자액의 2%에 불과했던 한국의 일본 투자는 2024년 26%까지 성장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다만, 신뢰를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와 까다로운 세부 사항 요구는 한국 기업이 넘어야 할 실무적 과제로 남아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