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각자도생’의 에너지 전환... 분열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저탄소 행보

글로벌이코노믹

‘각자도생’의 에너지 전환... 분열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저탄소 행보

태양광·풍력 설치량 2021년 대비 3배 폭증... "경제성이 지정학 이긴다“
전기차 판매 비중 2030년 40% 전망... 석유 수요 정점은 2032년 도래
미국 인디애나주 위트필드에 있는 데이브 더틀링거가 임대한 던스 브리지 솔라 LLC의 농지에 위치한 모래 토양 위에 태양광 패널이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인디애나주 위트필드에 있는 데이브 더틀링거가 임대한 던스 브리지 솔라 LLC의 농지에 위치한 모래 토양 위에 태양광 패널이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로이터
2026년 벽두, 글로벌 에너지 전환은 과거의 ‘공동 목표’에서 벗어나 각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른 ‘분열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NEF(BNEF) 보도에 따르면,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명분은 여전하지만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경제국들은 저마다 다른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열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진보와 경제적 타당성을 앞세운 에너지 전환의 물결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세 갈래로 찢어진 글로벌 우선순위


현재 글로벌 에너지 지형도는 세 가지 뚜렷한 색깔로 나뉜다. 미국은 청정 에너지 리더십을 AI 패권 경쟁의 하위 개념으로 편입시켰다.

데이터 센터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청정 에너지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 생산까지 극대화하며,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으로서 LNG 수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중국은 에너지 안보와 청정 기술 리더십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일치시켰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석유 수요 정점을 이미 찍었으며, 재생에너지 점유율 확대를 통해 석탄 발전의 퇴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청정 기술 기업들은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해외 제조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유럽은 여전히 기후 리더 역할을 자처하며 에너지 안보 강화의 수단으로 전기화를 선택했다. 중국산 제품과 미국산 IT 기술 사이에서 경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 인하와 LNG 의존도 감소를 추진 중이다.

◇ 재생에너지와 저장 장치: "무시할 수 없는 경제성"

정치적 분열 속에서도 재생에너지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및 풍력 설치량은 800GW를 초과했으며, 이는 2021년 대비 3배나 늘어난 수치다.

지정학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의 뛰어난 경제성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약 4.5TW의 신규 설비가 예상되는데, 이는 이전 5년보다 67% 증가한 규모다.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도 분기점을 맞았다. 배터리 가격이 3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 kWh당 117달러로 하락함에 따라, 2026년 전 세계 연간 설치량은 처음으로 100GW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전력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 전기차 점유율 40%를 향하여... 석유 시대의 종말 예고


교통 부문의 전기화는 가히 파괴적이다. 전 세계 신차 판매의 4분의 1이 이미 전기차이며, 2030년에는 이 비중이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점유율 50%를 넘기며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역전을 이뤄냈다. 서구권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존을 위해 중국 기업들과 배터리 및 플랫폼 협력을 강화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BNEF는 이러한 전기차 확산의 영향으로 2032년 글로벌 석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조차 이 이정표를 1~2년 늦추는 데 그칠 정도로 기술적 대세는 확고하다.

◇ 완화하기 어려운 부문의 진전과 과제


산업, 항공, 해운 등 탄소 감축이 어려운 부문에서도 점진적인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 도입과 일본의 탄소 시장(GX-ETS) 출범은 넷제로 산업 생산을 촉진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탄소 포집(CCUS) 능력은 2030년까지 4배 이상 증가해 연간 2억 톤을 넘어설 것이며,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 생산도 10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기후 피해액이 10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경제적 생존의 문제가 됐다.

앨버트 청 블룸버그NEF 부사장은 "지구 온난화 1.5도 목표는 어려워졌지만,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은 여전히 기후 안정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따르는 9%의 추가 비용은 기후 피해 감소와 인간 복지라는 거대한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