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이 영국과 진행 중인 브렉시트 관계 재설정 협상에서 향후 영국 정부가 합의를 파기할 경우 EU에 재정적 보상을 하도록 하는 조항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추진 중인 브렉시트 ‘리셋’ 협상 과정에서 미래 영국 정부가 합의를 철회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보전받기 위한 이른바 ‘패라지 조항’을 협정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조항은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가 총선 승리 시 영국·EU 간 합의를 취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U 외교 소식통들은 이 조항이 영국의 합의 파기로 EU가 재정적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국 정부 측은 해당 조항이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제 협정에서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종료 조항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 브렉시트 비용 상기한 EU…“합의 파기 시 비용 부담 명확히”
문제가 된 조항은 브렉시트 이후 농축산물 교역에서 발생한 검역·위생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협정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초안에는 어느 한쪽이 협정에서 탈퇴할 경우 국경 통제와 인프라, 장비 구축, 인력 채용과 교육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EU 외교관들은 이 조항을 비공식적으로 ‘패라지 조항’으로 부르고 있다. 이는 패라지 대표가 영국과 EU 간 위생·식물검역(SPS) 협정을 폐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온 점과 맞물려 있다. 다만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조항이 상호 적용되는 구조라며 EU가 합의를 파기할 경우에도 영국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집권 노동당 관계자는 “탈퇴 조항은 모든 국제 무역 협정의 기본 요소”라며 “이를 민주적 문제로 몰아가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 EU, 브렉시트 대응에 9조원대 기금 조성
EU가 이같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브렉시트로 인한 막대한 재정 부담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U는 지난 2020년 영국의 탈퇴 이후 회원국들의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54억 유로(약 9조1746억 원) 규모의 조정기금을 조성했다.
이 가운데 아일랜드는 9억2000만 유로(약 1조5631억 원)를 배정받았고 네덜란드는 8억 유로(약 1조3592억 원) 이상을 지원받아 세관 인력과 검역 체계를 확충했다. 프랑스는 6억7200만 유로(약 1조1416억 원)를 배정받은 가운데 칼레와 불로뉴, 덩케르크, 르아브르, 유로터널 일대에 세관·국경·검역 인력을 배치하는 데 최소 2억 유로(약 3398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경주마 이동을 위한 특별 검역 설비 구축 비용으로 유로터널이 2000만 유로(약 340억 원)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로테르담항을 중심으로 900명 이상의 세관 인력과 145명의 수의사를 추가 채용했고 스페인도 공항·항만·국경 통제 강화를 위해 860명의 인력을 새로 고용했다.
◇ 협상 본격화 앞둔 영국·EU…난항 불가피 전망
영국과 EU는 이달 중 위생·식물검역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협상은 수개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사안은 학생 교류 프로그램 에라스무스 재가입 논의와 함께 브렉시트 ‘리셋’ 패키지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에라스무스 재가입은 지난해 말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둘러싼 협상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동당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합의를 기대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영국 정치 싱크탱크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의 아난드 메논 소장은 “EU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며 “EU는 영국이 이들 협정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만큼 최대한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