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의 그린란드 압박에 전 나토 사무총장 “조폭식 언사…서방 분열은 러시아에 유리”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의 그린란드 압박에 전 나토 사무총장 “조폭식 언사…서방 분열은 러시아에 유리”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 라스무센은 덴마크 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 라스무센은 덴마크 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덴마크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표현을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지낸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가 “러시아와 중국의 조폭들과 다를 바 없는 언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스무센 전 총리는 최근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실제 위협이 아닌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진짜 위협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어릴 적부터 미국을 자유 세계의 자연스러운 지도자로 여겨왔고 심지어 ‘세계의 경찰’이라고까지 말해온 사람”이라며 “하지만 이제 미국이 모스크바와 베이징에서나 들을 법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덴마크 총리를 지냈고 이후 5년간 나토 사무총장을 맡으며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덴마크군을 파병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를 향해 “그린란드를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해 유럽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덴마크와 그린란드, 미국은 고위급 실무그룹을 구성해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지만 백악관이 “그린란드 획득을 위한 기술적 논의”라고 표현하자 덴마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세계의 관심이 유럽과 미국 모두에 위협이 되지 않는 그린란드에 쏠리고 있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지금 집중해야 할 문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방의 분열은 그대로 러시아에 이익이 된다”며 “모스크바는 그린란드가 나토를 침몰시키는 빙산이 되길 바랄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스무센은 이어 “그린란드를 정복하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질서는 끝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 가지 구체적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1951년 체결된 미·덴마크 방위협정을 현대화해 미군과 나토의 군사 기지 배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미국 자본을 유치하는 핵심 광물 투자 협정을 추진하며,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한 안정·회복력 협약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그린란드에는 미군 병력 약 150명이 주둔 중이지만 냉전 시기에는 17개 군사시설과 1만명 이상의 병력이 배치된 바 있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이 문제는 덴마크나 그린란드만의 사안이 아니다”며 “서방 전체의 단결과 국제 질서의 근간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