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13.5% 올랐지만 '불안의 금' 더 뜨거워
그린란드 관세 위협에 안전자산 쏠림 가속
연준 의장 인선·11월 중간선거가 향방 가를 듯
그린란드 관세 위협에 안전자산 쏠림 가속
연준 의장 인선·11월 중간선거가 향방 가를 듯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황금기가 도래했지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실현됐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취임 직후 백악관을 금색 장식으로 꾸미며 "역대 최고 집무실"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환호한 금은 다른 종류였다. 지난 1년 동안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70% 가까이 치솟으며 56차례 최고가를 썼다. 이 같은 상승세는 트럼프 정책에 박수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중 신호다.
금값 급등, 투기 아닌 불안 반영
금 가격은 지난 1년간 투기 열기와 불안 심리를 동시에 반영하며 급등했다.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0일까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취임일 대비 13.5%, S&P500지수는 15.7%, 나스닥 종합지수는 19.8%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규제 완화, 금리 인하 압박 정책이 인플레이션 급등 없이 성장을 이끌며 일자리 감소도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은 단순히 수익을 노리는 투자 대상을 넘어 통제 불능 상황에 대비한 '최고 보험'으로 자리 잡았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전쟁 위험, 정치 불안정이 모두 금 매수로 이어졌다.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수 요구를 둘러싸고 유럽 8개국에 관세 부과를 경고하자 주가가 하락하고 금값이 다시 최고가로 향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픽테자산운용의 아룬 사이 분석가는 "지정학 위험과 통화 가치 하락 우려가 동시에 작용했다"며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면서도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수단으로 금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올해 금값이 지정학 리스크와 금융 불확실성 속에서 온스당 5000달러(약 735만 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충격에도 버틴 채권시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국가 경제 바로미터'로 꼽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년간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수익률은 0.3%포인트 하락한 4.3%대를 기록했다. 일부 투자 전략가들은 트럼프 취임 직후 재정적자 확대 탓에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채권 폭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로는 채권시장 반발이 억제됐다.
지난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국채시장이 거의 마비됐다. 헤지펀드들이 갑자기 손실을 본 투자를 정리하면서 채권 거래자들은 재무부에 긴급 전화를 걸어 행정부가 감수하는 위험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채권시장은 매우 까다롭다"며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했다.
하트포드펀드의 아마르 레간티 채권 전략가는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국채는 매우 좋은 신호"라며 "민간 부문이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수개월간 4.0~4.2% 범위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연준 의장 인선·중간선거 변수
올해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 15일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후임을 누구로 지명하느냐다. 파월 의장은 오는 2028년 1월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가진 위원으로 남을 수 있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달 말 이전에 후보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파월 의장이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는다고 비난해 왔다. 후보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거론된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기 의장은 연준이 금리를 충분히 빠르거나 크게 내리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이사 한 명을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해임하려 했고, 연방 검찰은 파월 의장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파월 의장은 이를 독립성 침해를 위한 구실이라고 비난했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연준이 행정부를 위해 금리를 낮춰 경제 연착륙을 돕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금리를 내리면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하고 부채 상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모든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위험이 있지만, 시간이 걸리고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민주당은 2022년 경기 부양책 덕분에 이득을 봤지만, 2024년 인플레이션 탓에 패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전략을 따르지만,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 G. 엘리엇 모리스가 집계한 평균 지지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13%포인트 높다. 일자리와 경제 관련 평가는 16.5%포인트 마이너스다. 이민 문제가 마이너스 5.8%포인트로 가장 양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남부 국경을 폐쇄하는 단호한 조치로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이민 단속이 가정과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강한 경제는 많은 우려를 이겨낼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이 호감을 느끼도록 대통령직 권한을 동원할 의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산유국 지도자들과 우호 관계를 맺으면서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석유 매장량까지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밑에서 안정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몰락시킨 휘발유 가격 충격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모든 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핵심 질문이다. 대법원은 관세와 연준 장악 시도를 제한할 수 있고, 세계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린란드 장악 시도는 유럽 동맹국들을 전례 없이 단결시키고 있다.
미국은 수십 년간 경제와 시장을 세계에 열며 번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실수였다고 믿으며 미국 주변을 폐쇄하려 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오르는 주가, 저렴한 휘발유를 제공할 수 있다면 유권자들은 그의 노력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2개월간 금값이 56차례 최고가를 쓴 것은 월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 여부를 두고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3년이 지난 1년과 비슷하다면 금값은 더 많은 최고가를 쓸 가능성이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