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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벼랑 끝 ‘미국화’ 승부수… 오라클이 알고리즘 쥐고 2억 시장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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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벼랑 끝 ‘미국화’ 승부수… 오라클이 알고리즘 쥐고 2억 시장 지켰다

새 지배구조 ‘틱톡 USDS’ 출범… 바이트댄스 지분 19.9%로 축소
트럼프 측근 래리 엘리슨의 오라클, 데이터·알고리즘 전권 확보
이용자 안도 속 “추천 품질 저하·글로벌 콘텐츠 고립” 우려도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이 미국 내 ‘강제 매각’ 또는 ‘서비스 금지’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미국 기업 오라클(Oracle)과 손잡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이 미국 내 ‘강제 매각’ 또는 ‘서비스 금지’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미국 기업 오라클(Oracle)과 손잡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이 미국 내 강제 매각또는 서비스 금지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미국 기업 오라클(Oracle)과 손잡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확정했다.

24(현지시간)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틱톡은 미국 서비스 지속을 위한 합의안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이용자 2억 명은 별도 앱 다운로드 없이 기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틱톡 USDS' 출범… 알고리즘 주권은 미국으로


틱톡이 발표한 합의안의 핵심은 철저한 미국화. 틱톡은 미국 내 사업을 전담할 신설 법인 틱톡 USDS 조인트 벤처(TikTok USDS Joint Venture LLC)’를 설립했다.

새 법인의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하며, 과반을 미국인이 차지한다.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이 신설 법인의 지분 19.9%만을 보유한다. 사실상 경영 통제권을 미국 자본과 경영진에 넘긴 셈이다. 쇼우 지 츄(Shou Zi Chew) 틱톡 최고경영자(CEO)도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한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틱톡의 심장인 추천 알고리즘의 향방이다.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포 유(For You)’ 피드에 영상을 띄워주는 핵심 기술 운영권은 미국 IT 기업 오라클이 갖는다. 오라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이 이끄는 회사다.

이번 조치는 기존의 데이터 보안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텍사스(Project Texas)’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틱톡 측은 미국 사용자 데이터와 알고리즘 모두 오라클의 안전한 미국 내 클라우드 환경에서 보호받는다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의 데이터 접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인 것이다.

정치권의 우려와 트럼프의 그림자


서비스 생존은 확보했지만, 미국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롭다. 특히 오라클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밀접한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이번 합의가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 "틱톡 매각이 결국 트럼프 측근의 손에 들어가고 외국 자본의 뒷받침을 받는 구조라면 미국인에게 득 될 것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 역시 "투명성이 부족하다"라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이는 틱톡의 알고리즘이 특정 정치 성향에 유리하게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오라클이 알고리즘 재훈련 권한을 가진 만큼, 향후 콘텐츠 노출 방식에 미묘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용자 경험의 변화… 알고리즘 둔화 가능성


미국 내 2억 명에 이르는 틱톡 사용자들은 당장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 번거로움은 피했다. 인스타그램 릴스(Reels) 등 경쟁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는 틱톡의 전략적 판단이다. 재스민 엔버그(Jasmine Enberg) 스케일러블(Scalable) 공동 CEO이용자들에게 새 앱 다운로드를 강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광고주들에게도 비즈니스가 평소처럼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변화는 불가피하다. 틱톡은 22일부터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이용 약관을 적용했다. 13세 미만 아동의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콘텐츠의 부정확성 위험에 동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더 큰 관심사는 추천 품질이다. 오라클이 미국 사용자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재훈련(retraining)하면서, 기존의 정교한 개인화 추천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국립대 코킬 자이드카(Kokil Jaidka) 박사는 대다수 사용자가 당장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변화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 접근 제약으로 인해 개인화 성능이 미세하게 떨어지거나 업데이트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또한, 맷 나바라(Matt Navarra) 소셜미디어 전문가는 알고리즘 조정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도달률이 떨어지거나 반복적인 콘텐츠가 노출되는 튜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틱톡미국 틱톡의 괴리


콘텐츠의 고립 문제도 과제다. 틱톡은 전 세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유행을 선도해 왔으나, 미국 데이터가 별도 관리되면서 미국 내 콘텐츠가 해외 콘텐츠를 밀어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나바라 전문가는 세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국내 콘텐츠가 국제 콘텐츠를 압도할 수 있다라며 글로벌 콘텐츠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며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합의로 바이트댄스 산하의 동영상 편집 앱 캡컷(CapCut)’과 라이프스타일 앱 레몬에이드(Lemon8)’도 미국 내 서비스 지속이 가능해졌다. 틱톡 측은 합작법인의 안전장치가 캡컷과 레몬에이드 등 계열사 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틱톡 사태는 데이터 주권안보라는 명분 아래 글로벌 플랫폼이 국가별로 파편화하는 스플린터넷(Splinternet)’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게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