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달러 투자 대가로 5%p 인하… TSMC 첨단공정 ‘대체 불가’에 가격 전가 불가피
“공급망 40% 본토 이전” 목표… 2026년 ‘미러 공급망’ 구축 통한 대만 의존도 분산 가속
“공급망 40% 본토 이전” 목표… 2026년 ‘미러 공급망’ 구축 통한 대만 의존도 분산 가속
이미지 확대보기24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DIGITIMES) 보도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대만은 이번 합의를 외교적 성과로 자평했으나 반도체 업계는 이를 글로벌 공급망이 ‘비용 최적화’에서 ‘국가 안보와 회복력’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로 읽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세제 혜택이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안보 프리미엄’ 시대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반도체 관세 15%의 실체, ‘자유무역’ 아닌 ‘전략적 비용’
이번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과거와 같은 완전한 무역 자유화로의 회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분석가들은 TSMC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첨단 미세 공정 분야에서 관세는 구매 억제책이 아니라 '사업을 하기 위한 구조적 비용'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수요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구매자들은 대만산 로직 칩을 대체할 대안이 사실상 없다. 이에 따라 15%의 잔존 관세는 반도체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어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경제가 효율성보다는 안보와 영향력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라며 "공급망 통합은 이제 국가 안보라는 렌즈를 통해 투영된다"라고 분석했다.
2500억 달러 투자에도 ‘에코시스템 복제’는 험로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은 대만 제조사들이 미국 본토에 약 2500억 달러(약 363조5700억 원)를 투자해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 투입만으로 대만의 정교한 반도체 생태계를 단기간에 복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TSMC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이 대표적 사례다. 현지 전문가들은 시설 구축은 가능하지만, 수십 년간 형성된 대만의 산업 클러스터와 숙련된 노동력을 미국 현지에 이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인프라 확충 속도에도 불구하고 대만 본토 공장 수준의 수율(Yield)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 난제로 꼽힌다. 이는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현지 생태계를 바닥부터 다지는 과정에서 겪는 ‘학습 곡선’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커플링’ 아닌 ‘공급망 미러링’ 전략… 40% 현지화 목표
미국의 이번 행보는 중국과의 완전한 절연보다는 공급망의 ‘전략적 중복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만 반도체 공급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 본토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의 ‘실리콘 방패’를 약화시킨다는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미국 기획자들은 이를 비상 상황에서도 사업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위험 분산으로 본다.
미 국방부가 최근 부처 명칭을 사실상 ‘전쟁부’ 수준의 공세적 체계로 전환하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강화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대만은 독점적 공급자에서 ‘분산된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 허브’로 역할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지만, 이제는 효율과 안보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처지”라며 “15% 관세 합의는 양국 협력이 계속된다는 상징적 신호인 동시에, 미국 본토에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미러(Mirror)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과도기적 조치”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