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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당 31조원 '트럼프급' 대형 전투함 구상…美 해군, 비용·효과 논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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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당 31조원 '트럼프급' 대형 전투함 구상…美 해군, 비용·효과 논쟁 본격화

미 의회예산국 예비 평가 "척당 180억~220억 달러" 추산…제럴드 R. 포드급(약 130억 달러) 상회
항모급을 웃도는 대형 선체 '가능성'과 레이저·극초음속 등 신기술 '검토'…초도함 비용 급등 우려
"中 해군 팽창에 맞설 압도적 화력(Mass) 필요"…예산 효율성 놓고 논쟁
1946년 4월 그리스 피레우스(Piraeus) 인근 해상에 정박한 미 해군 전함의 모습.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촬영된 이 공식 사진은, 거대 수상 전투함이 해상 패권의 상징이던 시대를 보여준다. 오늘날 미 해군이 검토 중인 차세대 대형 전투함 구상은, 당시의 '거함거포' 개념을 현대 기술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사진=미 해군 공식 사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이미지 확대보기
1946년 4월 그리스 피레우스(Piraeus) 인근 해상에 정박한 미 해군 전함의 모습.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촬영된 이 공식 사진은, 거대 수상 전투함이 해상 패권의 상징이던 시대를 보여준다. 오늘날 미 해군이 검토 중인 차세대 대형 전투함 구상은, 당시의 '거함거포' 개념을 현대 기술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사진=미 해군 공식 사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미국이 구상 중인 차세대 주력함, 이른바 '트럼프급 전함(Trump-class Battleship)'이 건조 비용만 척당 최대 220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해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군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급의 건조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중국 해군의 급격한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압도적 화력(Mass)'의 필요성과 예산 효율성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군사 전문 매체 워리어 메이븐(Warrior Maven)과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 등은 26일(현지 시각) 크리스 오스본(Kris Osborn)의 분석을 인용해 미 의회예산국(CBO)의 트럼프급 전함에 대한 예비 비용 평가 결과를 보도했다.

항모보다 비싼 전함…"신기술의 집약체인가, 돈 먹는 하마인가"


CBO의 추산에 따르면 트럼프급 전함 1척의 건조 비용은 180억 달러(약 26조 원)에서 최대 220억 달러(약 3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 해군의 최신형 항모인 USS 제럴드 R. 포드(CVN-78)가 당초 예상을 초과해 약 130억 달러(약 18조 원)가 투입된 것과 비교해도 1.5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비용 폭등의 주된 원인은 '전례 없는 크기'와 '미검증 기술의 통합'에 있다. 트럼프급은 항공모함보다 더 긴 선체를 가질 것으로 계획되고 있으며, 여기에 ▲고출력 레이저 무기 ▲극초음속 미사일 ▲차세대 함포 ▲대드론 무기 체계 등 미래형 무장이 대거 탑재된다.

또한, 이를 운용하기 위한 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과 DDG(X) 차세대 구축함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첨단 에너지 저장 및 배전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오스본은 "초도함(First-in-class)은 엔지니어링 및 개발 비용이 막대할 수밖에 없으며, 트럼프급은 그 규모와 기술적 난이도 면에서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전함의 부활, 왜 필요한가?…타겟은 '중국'


현대 해전에서 사장되었던 '전함(Battleship)' 개념을 부활시키려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은 이미 055형 스텔스 구축함, 076형 강습상륙함, 신형 항공모함 등을 찍어내며 양적(Quantitative)으로 미 해군을 추월했다.

미 해군 수뇌부와 무기 개발자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Overmatch)뿐만 아니라, 거대한 전장에서 다영역 작전을 수행하며 적을 압도할 수 있는 물리적인 '매스(Mass·덩치와 화력)'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급 전함은 이지스 전투 체계를 통한 해상 미사일 방어의 중추이자, 단신으로 적 함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떠다니는 요새' 역할을 맡게 된다.

포드급의 교훈…"10척 이상 찍어내야 싸진다"

관건은 건조 비용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다. 미 해군은 제럴드 포드급 항모 건조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트럼프급에는 '모듈러 조립 방식' 등 개선된 건조 공법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척당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최소 10척 이상의 대량 건조가 전제되어야 부품 공급망 안정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초도함의 가격이 31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미 의회가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끝까지 지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스본은 "다른 필수적인 해군 자산을 희생하면서까지 트럼프급을 건조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글로벌 위협 상황을 고려할 때, 진짜 질문은 '과연 미 해군이 트럼프급 전함을 건조하지 않을 여유가 있는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