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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소프트웨어 잡아먹나"… 월가, 세일즈포스·어도비 30% 급락에 ‘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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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소프트웨어 잡아먹나"… 월가, 세일즈포스·어도비 30% 급락에 ‘손절’

‘바이브 코딩’ 공포에 흔들리는 구독 경제… 클로드 코드 등장 후 투자 심리 급랭
퀘스트 등 13개사 대출 부도… 채권시장, 소프트웨어 신용 위험 ‘경고등’
자금 흐름, 기존 소프트웨어에서 빅테크 AI 인프라(하이퍼스케일러)로 대이동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기술이 확산하며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익 모델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기술이 확산하며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익 모델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기술이 확산하며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익 모델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세일즈포스, 어도비 등 전통 소프트웨어 강자들의 주가가 1년 새 30% 이상 폭락했으며, 투자 자금이 차세대 AI 인프라 기업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의 습격… 소프트웨어 철옹성균열


최근 뉴욕 증시에서는 세일즈포스(CRM), 어도비(ADBE), 서비스나우(NOW) 등 시장을 주도하던 대형 소프트웨어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 주가는 지난해 초와 비교해 30% 넘게 빠졌으며, 중소형 소프트웨어 종목으로 구성된 S&P 지수도 같은 기간 20% 이상 하락했다.

특히 이달 들어 앤트로픽(Anthropic)이 복잡한 소프트웨어 구축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AI 도구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선보이자 시장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AI가 앱과 웹사이트를 즉석에서 제작하는 시대가 오면, 기업들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기존 소프트웨어를 구독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리시 잘루리아 RBC 캐피털 마켓 분석가는 WSJ"투자자들의 시각이 '소프트웨어 기업이 AI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AI가 소프트웨어의 종말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도 외면… 소프트웨어 기업 13곳 연쇄 부도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소프트웨어 업종의 신용 위험이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 기업은 한 번 도입하면 바꾸기 어려운 잠금 효과(Lock-in effect)’ 덕분에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혔으나, 최근 고금리와 AI발 경쟁 심화가 맞물리며 부채 부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 LCD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파산 보호 신청이나 장외 채무조정을 포함해 대출금을 갚지 못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13곳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기업 인증 소프트웨어 업체 퀘스트(Quest)2022년 초 36억 달러(521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 매각됐으나, 고금리와 경쟁 심화 탓에 지난 6월 채무조정에 합의했다.

빈스 플래너건 세익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 선임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의 재무 상태를 과거보다 훨씬 더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대출 금리와 벤치마크 금리의 차이(스프레드)는 전체 대출 시장의 지표가 하락하는 중에도 지난 15개월 동안 오히려 상승하며 위험 신호를 보냈다.

살찐 고양이의 위기… 혁신 없으면 도태될 것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기존 강자들이 누려온 독점적 지위는 끝났다고 진단한다. AI를 활용해 기업들이 필요한 기능을 직접 개발하거나,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AI 기반 신생 업체로 갈아탈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RBC의 잘루리아 분석가는 "AI는 혁신 없이 안주해온 '게으른 기존 업체'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겠지만,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제품을 개선하는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소프트웨어를 넘어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하이퍼스케일러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다만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리치 그로스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AI 투자의 수익성과 현금 흐름 창출 여부를 따지기 시작했다"며 향후 발표될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