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기 은퇴 뒤에 숨은 '목적 상실'과 '사회적 고립'의 실체
일 없는 자유 3년 만에 업무 복귀… "진정한 행복은 자기 주도적 노동에서 온다"
'무조건적 휴식' 대신 업무 강도 조절하는 '선택적 근로' 확산 전망
일 없는 자유 3년 만에 업무 복귀… "진정한 행복은 자기 주도적 노동에서 온다"
'무조건적 휴식' 대신 업무 강도 조절하는 '선택적 근로' 확산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자산 축적에만 몰입해 조기 은퇴를 달성한 이들이 심각한 우울증과 고립감에 직면하며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재정적 독립과 조기 은퇴(FIRE·파이어)'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8년이 흐른 지금, 은퇴의 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골프와 여행도 한때"… 업무 메시지가 그리운 사람들
조기 은퇴의 상징적 인물로 미국 텍사스 출신의 기업가이자 금융 전문가인 테일러 코바르(Taylor Kovar)는 23세에 결혼하며 "35세에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가계 수입의 50%를 저축하는 공격적인 투자와 헬스케어 사업 매각을 거쳐 지난 2021년 말, 서른다섯의 나이에 꿈을 이뤘다. 하지만 3년 동안 미국 50개 주를 여행하고 골프와 낚시에 매진한 결과는 '만족'이 아닌 '우울'이었다.
코바르는 "직장에 다닐 때는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과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소속감이 있었다"며 "하루 종일 확인하던 업무 메일이 끊기자 그 변화를 견디기 매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파이어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파이낸셜 사무라이' 블로그 운영자 샘 도겐(Sam Dogen)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2012년 34세에 고액 연봉을 뒤로하고 은퇴한 그는 60개국을 여행했지만, 직장에서 느꼈던 동료들과의 교류와 유대감을 대체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도겐은 "지나친 노동도 나쁘지만, 과도한 여가 역시 독이 된다"며 "삶의 목적이 없으면 인생은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타입 A' 성격의 함정… "해변의 맥주 한 잔으론 행복 불가"
전문가들은 성취욕이 강한 '타입 A' 성향의 인물들이 조기 은퇴 후 더 큰 심리적 타격을 입는다고 분석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변호사로 22년간 근무하다 2024년 말 53세에 은퇴한 피터 산체스 과르다가 대표적이다.
그는 연금과 건강보험, 넉넉한 투자자산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 가만히 쉬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산체스 과르다는 "성취 지향적인 사람이 은퇴했다고 해서 그 성격이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며 "해변에 앉아 맥주나 마시는 삶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융법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다시 은행이나 로펌의 전일제 근무직을 찾기 위해 면접을 보고 있다.
'파이어'의 종말?… "내 조건대로 일하는 자유"가 대안
최근 조기 은퇴자들 사이에서는 '완전한 멈춤' 대신 '자기 주도적 근로'로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샘 도겐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전통적인 파이어 개념은 이제 구식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환경이 발달하며 과거보다 유연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바르는 지난해 자신이 소유했던 자문 회사로 복귀했다. 과거처럼 업무에 매몰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즐기는 기업 컨설팅 업무에만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에서 진정한 에너지를 얻는다"고 밝혔다.
월가 안팎에서는 조기 은퇴를 준비할 때 자산 규모만큼이나 '은퇴 후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일하기 싫어 떠나는 은퇴는 결국 심리적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고학력·고소득 전문직일수록 조기 은퇴 이후에도 자문, 집필 등 '목적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반퇴(Semi-retirement)' 형태를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행복한 노후의 핵심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사회적 기여와 개인적 성취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는 사실이 선구자들의 시행착오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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