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물동량 항구 도심 식당은 '텅텅'…수출 호조와 내수 침체의 극단적 불균형
부동산 가격 하락에 중산층 자산 붕괴…고정자산 투자 21.4% 폭락하며 '투자 절벽' 현실화
자동화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 한계…내수 진작 정책 부재 시 사회적 갈등 고조 우려
부동산 가격 하락에 중산층 자산 붕괴…고정자산 투자 21.4% 폭락하며 '투자 절벽' 현실화
자동화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 한계…내수 진작 정책 부재 시 사회적 갈등 고조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중국 경제의 현재를 '최고와 최악이 공존하는 시대'로 규정하며 저장성 닝보시의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닝보항은 연간 15만 척의 선박이 드나드는 세계 최대 화물 처리 항구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중산층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지방 정부 재정이 악화하는 등 내수 경제의 위기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붕괴가 촉발한 내수 침체…'질주하는 항구'와 '멈춰선 도심’
닝보항은 중국 산업의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에서는 전기차를 가득 실은 거대 자동차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이 쉼 없이 세계로 향하며 지난해 중국의 기록적인 무역흑자를 견인했다. 하지만 항구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도심과 외곽 지역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과거 번화했던 올드 번드(Old Bund) 역사 지구의 식당과 술집은 저녁 시간에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내수 침체의 핵심 원인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꼽힌다. 닝보 시내의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중산층의 순자산이 줄어들었고, 이는 곧바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닝보 외곽 건설자재 시장에서 변기 매장을 운영하는 사라 진(Sarah Jin) 지배인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 돈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 배관용품점과 문 판매점의 매출 역시 각각 70%, 80%씩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재정 고갈과 투자 절벽…'성장 엔진'이 꺼져간다
닝보시 통계국의 자료를 보면 경제 위기 신호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아파트, 사무실, 공장 등 고정자산 투자는 2024년에 전년보다 1.4%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4%나 폭락하며 사실상 투자 절벽 상태에 빠졌다. 중국 지방 정부는 그동안 토지 판매 수입에 의존해 재정을 충당해 왔으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닝보시의 세수도 급감했다.
이에 따라 닝보시는 지난해 지출을 5.6% 줄였다. 과거 해마다 11~13%씩 지출을 늘려오던 성장기와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탕페이판(Tang Feifan) 닝보시장은 최근 연설에서 "주요 산업 프로젝트의 추진력이 부족하고 대외 무역과 투자 유지에 압박을 받고 있다"며 "소비 잠재력이 아직 온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고용 없는 성장과 과잉 생산…'외발자전거'식 성장의 임계점
중국 제조업은 수입에 의존하던 고부가가치 제품을 국산화하며 기술력을 높이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첨단 기능을 갖춘 비데 겸용 변기 등 일부 품목은 국산화에 성공해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나, 제조업 전반에 걸친 과잉 생산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기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는 실정이다.
특히 공장의 자동화가 가속화하면서 생산량은 늘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하고 있다. 닝보의 전통 산업인 맞춤형 정장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10만 달러(약 1억 4300만 원)에 이르는 초고가 정장 대신 2000달러(약 287만 원) 안팎의 저가 제품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양 리우(Young Liu) 인이 홍방 매장 지배인은 "전국적으로 주문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계속될 경우 사회적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YT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닝보의 한 주민은 "모두가 돈 벌기 힘들고 생존이 어렵다고 호소한다"며 "정부에 대한 분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수출에만 의존하는 '외발자전거'식 성장은 조만간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