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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외치는 '매파' 워시... 엇박자 정책에 장기 금리·집값 요동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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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외치는 '매파' 워시... 엇박자 정책에 장기 금리·집값 요동 우려

'자산 매각과 금리 인하' 병행하는 모순 행보... 시장 신뢰 하락 및 장기 금리 상승 자극 우려
"AI가 생산성 높여 저금리 가능" 확신... 과거 강조했던 '입안자의 겸손' 사라지고 독단적 분석 치중 지적
케빈 워시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의 '고무줄 정책' 행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정체성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케빈 워시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의 '고무줄 정책' 행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정체성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케빈 워시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의 '고무줄 정책' 행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정체성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최근 배런스(Barron's) 보도와 월가 분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가 상원 인준을 앞두고 정책 성향에 대한 정밀 검증대에 올랐다.

콘스탄스 헌터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현지시각) 배런스 기고문에서 워시 지명자가 민주당 집권기에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였다가, 공화당 집권기에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비둘기파'로 변모해왔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자산 매각과 금리 인하'의 역설... "집값 잡으려다 장기 금리만 높일 것


금융권에서는 워시 지명자가 최근 제안한 '양적 긴축(QT)을 병행하는 금리 인하' 전략이 시장에 심각한 왜곡을 부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시 지명자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대량 매각해 자산 규모를 줄이면서도(양적 긴축), 동시에 기준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 자극 없이 경제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헌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정책이 '수익률 곡선을 가파르게(Steepening)'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대량으로 팔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채권 수익률인 '장기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주택 담보 대출(모기지) 금리는 연준이 직접 결정하는 단기 기준금리보다 국채 10년물 등 시장의 장기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로 하는 '대출 금리 인하를 통한 주거비 부담 완화'는커녕, 장기 금리 상승으로 주택 시장의 돈줄만 더 죄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워시 지명자는 돈의 공급을 조절하면 물가와 자산 가격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그의 '지나친 자신감'을 우려하고 있다.

"집단사고 경계" 강조... '레드팀' 도입 등 연준 대개조 예고


워시 지명자는 연준의 과도한 전문지식 맹신과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식 집단사고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지난 2016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토론에서 연준의 예측 모델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국가 안보 분야의 워게임(War games) 기법인 '레드팀-블루팀' 전략 도입을 제안했다.

이 전략은 특정 정책을 수립할 때 고의적으로 반대 입장에서 허점을 찾는 '공격팀(레드팀)'을 운영해 의사결정의 편향성을 막는 방식이다. 그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생산성 혁명과 대중(對中) 관세 강화 등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에서 기존 통계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워시가 취임할 경우, 데이터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던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에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겸손' 강조하던 과거와 대조... 독립성 훼손 우려도


상원 인준의 핵심 쟁점은 워시 지명자의 '학문적 신념''정치적 중립성' 사이의 간극이다. 최근 워시 지명자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 등에서 보여준 '통화 증가율이 자산 가격과 인플레이션을 결정한다'는 강한 확신은 그가 과거 강조했던 '정책 입안자의 겸손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그는 중앙은행가가 경제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최근에는 자신의 이론이 AI 시대의 저물가와 저금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식의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월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워시 지명자가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하기보다 정권의 요구에 맞춘 정책 논리를 생산하는 데 치중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장기적인 경제 불확실성만 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