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활 노리는 일본, TSMC 구마모토서 ‘3나노’ 뽑아낸다
지상은 첨단 공정, 우주는 연산 기지… 데이터 패권 쥐려는 기업들의 ‘인프라 대이동’
지상은 첨단 공정, 우주는 연산 기지… 데이터 패권 쥐려는 기업들의 ‘인프라 대이동’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우주 궤도에 100만 개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놓았고, 일본은 대만 TSMC를 통해 첨단 3나노미터(nm) 반도체 생산 기지를 확보하며 반도체 부활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전통적인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기술 혁신을 통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미래 산업의 심장부인 데이터 인프라가 어디로 향하는지 보여주는 중대한 지표다.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테슬라라티·디지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차세대 인프라 전쟁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스페이스X, 궤도 위 100만 개 데이터센터로 ‘우주 컴퓨팅’ 시대 개막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5일 스페이스X가 제출한 100만 기 규모의 비정지궤도(NGSO) 위성 데이터센터 시스템 구축 신청서를 수용하고 공개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테슬라라티 보도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고도 500㎞에서 2000㎞ 사이의 저궤도에 위성을 배치하고, 고대역폭 광학 레이저 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거대 네트워크다.
스페이스X의 구상은 지상의 에너지 제약과 공간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우주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24시간 연속 전력을 확보할 수 있고 냉각 효율도 높다. FCC 의장 브렌던 카는 사회관계망서비스 X를 통해 "스페이스X의 제안은 미래 우주 기반 컴퓨팅 인프라를 위한 중요한 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I 학습과 같은 대규모 연산을 우주에서 처리하고 결괏값만 지상으로 보내는 새로운 데이터 처리 모델을 시사한다.
일본의 반격, TSMC 구마모토 공장 ‘3나노 AI 전초기지’로 격상
일본 반도체 산업은 TSMC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웨이저자 TSMC 회장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나 구마모토 공장에서 첨단 3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5일 보도했다. 당초 6~12나노 공정의 범용 제품을 생산하려던 계획을 AI 전용 첨단 공정으로 전격 수정한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첨단 로직 반도체의 국내 생산은 일본의 전략적 부족함을 채우는 결정적 퍼즐"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의 라피더스, 마이크론 히로시마 공장 등과 연계해 반도체 자립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TSMC의 이번 결정으로 일본은 AI, 로봇, 자율주행에 필요한 최첨단 칩을 직접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으며, 구마모토는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기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HDD의 생존 기술, ‘병렬 헤드’로 SSD급 성능과 100TB 용량 확보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에 대응해 저장장치 시장도 극한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WD)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존 HDD의 한계를 깨는 두 가지 신기술을 공개했다. '고대역폭 드라이브(High Bandwidth Drive)'와 '듀얼 피벗 액추에이터(Dual Pivot Actuator)'가 그 주인공이다.
웨스턴디지털에 따르면 고대역폭 기술은 읽기·쓰기 헤드를 병렬로 작동시켜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현재보다 최대 8배까지 끌어올린다. 또한, 독립적인 두 개의 암(Arm)을 사용하는 듀얼 액추에이터를 결합하면 성능이 기존 고급 HDD 대비 4배까지 향상된다. 이 기술을 적용한 3.5인치 HDD는 100테라바이트(TB)에 육박하는 용량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은 SSD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용 효율이 중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학습용 저장 시장에서 HDD가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임을 예고한다.
에너지와 비용 효율이 가르는 미래 주도권
지상은 첨단 반도체 공장으로, 우주는 데이터센터로, 저장장치는 초고효율 HDD로 진화하는 모습은 AI 시대의 인프라가 다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데이터 처리의 '물리적 한계 극복'과 '비용 최적화'가 향후 10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분석한다.
한편 일본의 반도체 굴기와 스페이스X의 우주 인프라 구축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더욱 복잡하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과 일본의 밀착 그리고 미국 우주 기업의 주도는 AI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독자적인 연산 인프라와 효율적인 데이터 저장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와 기업은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