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4개 기업이 올해에만 데이터센터와 관련 장비에 투입할 자본적 지출이 약 6500억 달러(약 952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1990년대 통신버블·미 철도망 구축에 비견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생성형 AI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신축과 AI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 예비 발전기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투자 규모가 “1990년대 통신 버블 당시 설비 확장이나 19세기 미국 철도망 구축, 2차 세계대전 이후 고속도로 건설, 뉴딜 정책 시기의 대규모 공공 투자에 비견될 정도”라고 전했다.
전체 투자액은 전년 대비 약 60%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형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가 밀집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 부족과 전기요금 상승, 지역사회와의 갈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소수의 초대형 기업이 주도하는 건설 투자가 미국 경제 지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이들 기업은 AI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시장을 사실상 승자독식 구조로 보고 있다”며 “그 누구도 경쟁에서 밀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메타·MS·알파벳·아마존, 설비투자 계획 줄줄이 상향
메타는 지난주 2026년 연간 설비투자가 최대 1350억 달러(약 198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약 87% 늘어난 수준이다. MS도 같은 날 2분기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고 발표했고 오는 6월에 끝나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약 1050억 달러(약 154조 원)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여파로 MS 주가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 기준 사상 두 번째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알파벳은 5일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최대 1850억 달러(약 271조 원)의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하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아마존은 이보다 더 많은 2000억 달러(약 293조 원)를 2026년에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건설장비 업체, 철도회사, 방산업체, 무선통신사, 물류기업과 함께 엑손모빌, 인텔, 월마트, 제너럴일렉트릭에서 분사된 기업 등 21개 기업의 2026년 설비투자 예상액을 모두 합해도 약 1800억 달러(약 264조 원)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빅테크의 투자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전제는 같다. 오픈AI의 챗GPT를 비롯해 인간의 사고를 일부 모방하는 생성형 AI 도구가 향후 업무와 일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 전력·인력·반도체 병목…자금 부담도 변수
다만 이런 첨단 AI 모델을 구축하려면 개당 수만 달러에 달하는 고성능 반도체 수천 개를 연결해야 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 기업들은 이런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폭발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투자 확대는 기업들의 자산 구조도 바꾸고 있다. 메타와 구글은 그동안 대규모 캠퍼스와 사무실, 인재 확보 비용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데이터센터와 설비가 핵심 자산으로 떠올랐다. 메타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보다 설비투자에 더 많은 비용을 썼고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부동산과 설비 자산은 1760억 달러(약 258조 원)로 2019년 말의 약 5배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계획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느냐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기 기술자와 시멘트 운송 차량, 대만 TSMC 공장에서 생산되는 엔비디아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도 이미 치열해지고 있다.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병목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역시 부담이다. 메타와 알파벳은 광고,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지만, AI 중심의 미래에 베팅하면서 현금 여력과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론벤처스의 투자자인 토마시 퉁구즈는 “막대한 현금을 만들어내던 기업들이 이제는 그 돈이 필요해졌고 더 많은 자금을 끌어다 쓰고 있다”며 “AI 붐은 과거의 투자 광풍과 닮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상승 국면에서는 경제 전반에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1년간 빅테크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들도 천문학적인 설비투자 계획이 공개되자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광고와 전자상거래, 생산성 소프트웨어 등 기존 사업의 실적이 견조한데도 주가가 흔들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미의 스티브 루카스 최고경영자(CEO)는 “AI의 잠재력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문제는 그 속도와 경제성”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