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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무직 포기하고 현장으로…미국서 기술직 선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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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무직 포기하고 현장으로…미국서 기술직 선택 확산

지난 2023년 2월 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카나리워프 금융지구의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컴퓨터를 이용해 근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2월 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카나리워프 금융지구의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컴퓨터를 이용해 근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사무직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에서 중년 이후 ‘현장 기술직’으로 방향을 트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구인 플랫폼 플렉스잡스가 사무직 근로자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은 더 높은 임금과 안정성을 보장한다면 배관공이나 냉난방공조(HVAC) 기술자 같은 숙련 기술직으로 전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 “대체 불안”에 전기공 수습생 선택…연봉 반토막 감수


클리블랜드에 사는 닉 윈터스(27)는 소프트웨어 영업직으로 일하다 지역 노조 소속 전기공 수습생으로 전향했다. 이전 직장 임원들이 “인력을 더 효율화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을 들으며 자신의 ‘대체 불안’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배관, 승강기, 전기 분야 노조 시험을 봤고 삼촌의 차고 배선을 돕는 과정에서 전기 일을 선택했다. 다만 진입 과정은 길었다. 2024년 전기 시험에 합격한 뒤 노조에 들어가기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임금도 크게 줄었다. 영업직 마지막 해 연봉은 약 12만 달러(약 1억7520만 원)였지만 수습생 첫해 임금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는 외식 등 지출을 줄여 버텼고 현장 일은 “8시간 동안 저강도 운동을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노조에 들어가면 임금이 단계적으로 오르고 장기적으로는 연 10만 달러(약 1억46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시급 2배” 배관 기술자로…교사 생활 접고 노조로


세인트루이스의 로런 오코너(33)는 몬테소리 교사로 일하며 시급 29달러(약 4만2000원)를 받았지만 복지 혜택이 없어 생활이 빠듯했다고 했다. 지금은 지역 업체에서 배관을 용접·납땜하는 일을 하며 시급 45달러(약 6만6000원)를 번다.

오코너는 2021년 배관공·배관설비공 노조의 예비 수습생으로 시작할 때 시급 15달러(약 2만2000원)를 받았고 올여름 정식 기술자가 되면 시급 50달러(약 7만3000원)를 넘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 시절 대학 학위가 중산층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었지만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학자금 대출 3만5000달러(약 5110만 원)를 안은 채 중퇴했다고 했다. 현재는 2023년에 방 2개짜리 집을 샀고 최근에는 자동차도 새로 구입했다고 WSJ는 전했다.

◇ “이메일만 하다 50대 구조조정 두려워” 의료직으로


잭슨빌의 캔디스 로빈슨(48)은 은행에서 대출 사후관리 업무를 10년 가까이 했지만 동료들이 구조조정으로 떠나는 것을 보며 직업을 다시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의료 인력 수요가 커진 점도 계기가 돼 심장초음파 검사 전문가(심혈관 초음파 검사사) 교육 과정에 들어갔다.

로빈슨은 교육 과정이 환자에게 신체 접촉을 설명하는 말투까지 가르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이전 직장과 비슷한 수준의 소득을 벌지만 직무 만족도는 높아졌다고 말했고 “생명과 직결된 일이지만 이메일만 다루던 때보다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했다.

◇ “파워포인트 고치다 삶 회의” 회계사에서 조종사 훈련생으로


워싱턴의 벤 네빌(32)은 공인회계사(CPA)로 일하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비행 훈련을 받고 있다. 그는 회계사 시절 월세를 아끼기 위해 방 1칸을 빌려 월 500달러(약 73만 원)를 5년간 냈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비행 강습과 항공기 대여에 지금까지 13만 달러(약 1억8980만 원)를 썼다고 했다.

그는 2024년 연봉이 16만 달러(약 2억3360만 원)였지만 “파워포인트를 미세 수정하는 일을 하며 ‘내가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조종사로 첫 직장을 얻으면 연 3만 달러(약 4380만 원) 수준부터 시작할 수 있고 일정 경력을 쌓은 뒤 항공사 조종사 등의 중위 연봉은 19만8000달러(약 2억8908만 원) 정도라는 점도 함께 소개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