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320만명·채용 530만건 급락…구직 성공률 43% '12년來 최악'
트럼프 이민 단속에 월간 고용 14만→1.5만건 붕괴…韓 수출 타격 우려
트럼프 이민 단속에 월간 고용 14만→1.5만건 붕괴…韓 수출 타격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채용 530만 건·퇴사 320만 명…동반 붕괴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업들이 채용한 인원은 530만 명이었다. 채용률(전체 고용 대비 채용 비율)은 3.3%로, 기업들이 인력 확보에 나섰던 팬데믹 직후는 물론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수치다. 같은 달 퇴사자는 320만 명을 기록했다. 퇴사율은 2%로 2022년 3월 450만 명이 일자리를 떠나던 시기의 2.3%는 물론, 2019년 평균 2.3%에도 못 미쳤다.
그레고리 다코 EY-파테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극한 냉각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매달 발생하는 채용 대부분이 퇴사자를 대체하는 것인데, 퇴사자가 줄면서 채용 자체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크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자들이 현재 일자리를 지키려는 이유는 노동시장이 취약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퇴사가 줄면서 기업들은 대체 채용 수요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관세·고금리·AI…삼중 타격
노동시장 냉각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인력 계획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관세 탓에 원가가 오르면서 신규 채용 여력이 줄었다. 높은 단기 금리도 신용카드 대출에 의존하는 소규모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팬데믹 이후 대규모 채용에 나섰던 기술 기업들은 여전히 과잉 인력을 조정하는 중이다. 스탠퍼드대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 연구팀은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젊은 층 고용 전망이 악화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다만 브린욜프슨 교수는 WSJ 팟캐스트에서 "미국 전체 고용 규모 1억 6000만 명을 감안하면 아직 시장 전체를 움직일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민 단속이 결정타…월간 고용 14만→1.5만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가 결정타라고 지적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웬디 에델버그·타라 왓슨 연구원과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의 스탠 뷔거 연구원은 공동 연구를 통해 실업률을 안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잠재 월간 고용 증가 규모가 2024년 14만 건에서 지난해 하반기 3만 5000건으로 급감했다고 추산했다. 올해는 월 1만 5000건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뷔거 연구원은 "이민자들은 노동력인 동시에 소비자"라며 "이민 제한은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위축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업률이 지난 수년간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채용은 크게 위축된 점을 들어, 관세 불확실성이나 AI보다 이민 제한이 채용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구직 성공률 43% 12년來 최저
소비자들의 인식도 악화 일로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지난해 12월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실직 후 3개월 내 새 일자리를 찾을 확률을 43%로 평가했다. 12년간 조사 사상 최저치다. 미시간대가 이달 실시한 예비 조사에서는 응답자 60%가 향후 12개월간 실업률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컨퍼런스보드 조사에서도 '구직이 어렵다'는 응답 비중이 급증한 반면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응답은 줄었다.
이런 냉각 국면에도 실업률은 4.4% 수준을 유지한다. JP모건체이스의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여전히 성장해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경기 침체기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연간 고용 증가폭이 가장 작았으며, 이달 발표될 1월 고용 보고서의 연간 수정치는 2025년 고용 증가 규모를 더 낮출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한국 투자시장에 엇갈린 신호
미국 노동시장 냉각은 글로벌 자산시장에 복합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연준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2~2.5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양극화 심화로 2026년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시장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은 달러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달러인덱스가 올해 4분기 94.5까지 하락할 수 있으며, 달러 약세는 신흥국 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은 엇갈린다. 증권가에서는 "한미 기준금리와 펀더멘탈 격차가 유지될 경우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원화 강세 압력은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소비 둔화로 한국 수출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완화적 통화정책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