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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개 큐비트 벽 넘는다"...반도체 설계 EDA 기술, 양자 상용화 '구원투수'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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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개 큐비트 벽 넘는다"...반도체 설계 EDA 기술, 양자 상용화 '구원투수' 등판

1,000개 논리 큐비트 구현 위해 최대 1억 개 물리적 집적 필수… 공학적 난제 정면 돌파
수억 개 트랜지스터 설계 노하우 양자 칩에 이식… 복잡한 배열·제어 회로 자동화 관리
키사이트 등 글로벌 기업 EDA 플랫폼 출시 가속화… '실험실 양자' 넘어 산업 현장 투입 예고
샌호세 주립대학교의 히우 영 웡(Hiu Yung Wong)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 기술을 이용한 양자칩 제조 방법을 제시했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샌호세 주립대학교의 히우 영 웡(Hiu Yung Wong)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 기술을 이용한 양자칩 제조 방법을 제시했다. 사진=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 구현을 향한 인류의 도전이 ‘초전도 큐비트’ 기술을 통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기존 반도체 제조 기술과의 높은 호환성을 바탕으로 수백만 개의 큐비트를 하나로 묶는 대규모 집적화 전략이 구체화되면서, 실험실 수준에 머물던 양자 컴퓨팅이 실전 금융 및 산업 현장에 투입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양자 컴퓨팅 전문매체 퀀텀 자이트가이스트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샌호세 주립대학교 히우 영 웡(Hiu Yung Wong) 교수 연구팀은 초전도 큐비트 소자의 성숙도와 대규모 확장 가능성을 심층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내결함성(Fault-tolerant) 양자 컴퓨터 구축을 위한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반도체 DNA 이식한 초전도 큐비트… 확장성 ‘압도적’


연구팀은 초전도 큐비트가 현재 양자 컴퓨팅 아키텍처 중 가장 앞서 있는 이유로 '제조 호환성'을 꼽았다. 초전도체-절연체-초전도체 구조인 '조셉슨 접합'을 기반으로 하는 이 기술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과 대규모 집적에 유리하다.

이미 IBM과 구글 등 글로벌 IT 거물들은 이 초전도 방식을 채택해 수백 큐비트 급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큐비트 간의 얽힘을 제어하는 게이트 연산에서 99.9% 이상의 높은 충실도를 입증했다. 이는 양자 정보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복잡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1억 개의 큐비트’라는 거대한 벽… EDA로 넘는다


하지만 실용화까지는 여전히 거대한 공학적 난제가 남아 있다. 현재의 큐비트는 외부 소음과 열에 극도로 취약해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고 의미 있는 양자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1,000개의 '논리 큐비트(오류가 정정된 큐비트)'가 필요한데, 이를 구현하려면 물리적으로 최소 100만 개에서 많게는 1억 개의 '물리 큐비트'가 집적되어야 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반도체 설계에 사용되는 '전자 설계 자동화(EDA)' 기술과의 통합을 제안했다. 수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설계하던 EDA 도구를 양자 칩 설계에 도입함으로써, 복잡한 큐비트 배열과 제어 회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규모 집적화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키사이트 등 글로벌 계측기 기업들이 양자 역학과 회로 시뮬레이션을 통합한 EDA 플랫폼을 출시하며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셉슨 접합의 정밀화와 제조 혁신
핵심 부품인 조셉슨 접합의 제조 공정 역시 고도화되고 있다. 기존의 '돌란 브리지(Dolan Bridge)' 공정이나 '맨해튼(Manhattan)' 공정은 정밀하지만 큐비트의 결맞음 시간을 단축시키는 미세 결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연구진은 Nb/Al-AlOx/Nb 삼중층 구조나 레이저 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균일성을 높이고 결함을 줄이는 대안적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특히 큐비트 상태를 기저 상태로 빠르게 초기화하는 '능동형 큐비트 리셋' 기술은 기존 열 리셋 방식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보여주었다. 이는 10mK(영하 273.14도)의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양자 프로세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다.

결함 극복이 마지막 퍼즐… “금융 인프라 혁명 예고”


현재 초전도 큐비트의 최대 약점은 양자 정보 유지 시간을 단축시키는 ‘2단계 시스템 결함’이다. 연구팀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유전 손실을 제어하고,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을 늘리기 위한 재료 과학적 해법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최근 대만 중앙연구원 등이 20큐비트급 독자 모델을 개발하며 패키징 및 노이즈 제어 기술에서 성과를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면 단순한 계산 성능 향상을 넘어 금융권의 담보 관리, 복잡한 외환 거래 최적화, 신약 개발 및 신소재 설계 등 산업 전반에 파괴적 혁신을 불러올 전망이다.

퀀텀 자이트가이스트에 따르면 웡 교수는 "이론적 기반과 실제 구현 전략 사이의 간극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며 "대규모 집적화와 오류 정정 기술의 결합이 내결함성 양자 컴퓨터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