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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극 실크로드' 핵추진 쇄빙선으로 뚫는다… 2.5m 빙벽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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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극 실크로드' 핵추진 쇄빙선으로 뚫는다… 2.5m 빙벽 돌파

러시아와 ‘북극 익스프레스’ 가동, 수에즈보다 40% 빠른 물류 혁명
90억 달러 쏟아붓는 미국과 정면충돌… 자원·군사 요충지 선점 ‘극지 냉전’ 격화
중국이 북극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독자적인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핵추진 쇄빙선을 앞세운 '북극 실크로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북극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독자적인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핵추진 쇄빙선을 앞세운 '북극 실크로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이 북극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독자적인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핵추진 쇄빙선을 앞세운 '북극 실크로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12(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이 두께 2.5m의 얼음을 깨고 전진할 수 있는 최신형 핵추진 쇄빙선 설계를 공개하며 북극권 진출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통제권을 주장하며 북극 내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과 맞물려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2.5m 빙벽 뚫는 핵추진 쇄빙선, 민간용 탈 쓴 '북극 전함'


중국 국영 708연구소가 설계한 핵추진 선박은 중국 북극 함대의 핵심 전력이 될 시제함이다. 연구소는 이 배를 화물 운송과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다목적' 선박이라 주장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쇄빙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는 지난달 취역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만든 중국국가조선공사(CSSC) 산하 사업장이다. 쇄빙선은 얼어붙은 해역에서 통로를 열어 핵잠수함이나 군함의 이동을 돕는 필수 자산이다. 헬레나 레가르다 메릭스(Merics)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북극을 미국 및 서방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핵심적인 신개척지로 본다""영향력과 거점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수에즈 운하보다 40% 빠르다… 러시아와 손잡은 '북극 익스프레스'


중국이 북극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류 혁신이다. 현재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주력 항로는 나토(NATO) 회원국이 통제하는 해역이나 분쟁 소지가 있는 수에즈 운하를 거친다. 반면 러시아 영해를 지나는 북극 항로(NSR)를 이용하면 운송 거리를 30~40%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중국 저장성 닝보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릿지(Istanbul Bridge)'호는 북극 항로를 통해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도착했다. 중국은 이를 '중국-유럽 북극 익스프레스'의 공식 개통이라 명명했다. 708연구소의 유윤 연구원은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북극 항로는 기존 항로와 비교해 항해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 경제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는 이미 러시아 아르한겔스크 심해항을 북극 거점 기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 북극 국가" 자처하는 중국, 서방은 '알래스카 앞마당' 침범 우려


중국은 스스로를 '준 북극 국가'로 규정하며 지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북극권 국가들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북극과 남극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쇄빙선 건조와 인프라 구축에 90억 달러(1297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과거 유럽과의 협력을 꾀했던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하자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있다. 양국은 알래스카 인근 해상에서 합동 군사 순찰을 벌이며 미국을 압박 중이다. 다만 토레 산드비크 노르웨이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중국이 북극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원치 않는 묘한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제임스 차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전략은 노골적인 무력 투사보다는 연구와 관광을 명분으로 한 '장기적인 거점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안보 고립 저지… 자원 민족주의앞세운 공급망 재편


중국의 이 같은 북극 진출은 단순히 항로 개척에 그치지 않고, 서방의 해상 봉쇄를 무력화하려는 에너지 안보 고립화 저지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중국은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이 미국에 의해 차단될 경우를 대비해 북극 항로와 러시아·중앙아시아를 잇는 육로 파이프라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메릭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동맹을 통해 연간 380억㎥ 규모의 가스를 도입하는 시베리아의 힘프로젝트를 완성하는 한편,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선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행보가 과거의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서방의 에너지 전환 속도를 제어하는 에너지 주권싸움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한다. IEA 관계자는 중국의 전략은 이제 자원을 싸게 사는 것을 넘어 어떤 상황에서도 공급망이 끊기지 않게 하는 구조적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북극 실크로드는 그 거대한 자원 요새를 완공하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릴수록 이를 둘러싼 자원 확보와 항로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핵추진 쇄빙선은 단순한 배 한 척이 아니라, 극지방의 질서를 재편하려는 거대한 야심의 상징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