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산 소고기 가격 5년새 69% 폭등…한국 수입가도 급등

글로벌이코노믹

미국산 소고기 가격 5년새 69% 폭등…한국 수입가도 급등

미국 소 사육두수 75년 만에 최저 8620만 마리…1951년 이후 최소
가뭄·나사구더기병에 목장 포기 속출…당분간 가격 하락 어려워
미국 소 사육두수가 7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스테이크 가격은 55%, 갈은 소고기는 69% 올랐으며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격 하락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소 사육두수가 7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스테이크 가격은 55%, 갈은 소고기는 69% 올랐으며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격 하락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소 사육두수가 7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스테이크 가격은 55%, 갈은 소고기는 69% 올랐으며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격 하락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사육두수 절반으로…인구는 2배 늘었는데


미국 농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미국 소 사육두수는 8620만 마리로 집계됐다. 195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1970년대 중반 13000만 마리를 넘어섰던 사육두수는 50년 만에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인구는 15700만 명에서 3억 명 이상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지난 13(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에 따르면 공급 부족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텍사스주 산사바의 조던캐틀옥션에서는 지난달 블랙발디 품종 암소가 파운드(454g)1.30달러(1900)에 낙찰됐다. 5년 전보다 2배 오른 가격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1100마리 넘는 소를 거래하며 200만 달러(29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멕시코에서 나사구더기병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기생충 유충이 살아있는 동물 조직에 파고들어 먹이를 섭취하는 이 질병 때문에 멕시코산 소 수입이 중단됐다. 평소 미국 전체 공급량의 4~5%를 차지하던 멕시코산 수입이 끊기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

BMO캐피털마켓의 앤드루 스트렐직 애널리스트는 "정육업체들이 소 부족으로 가동률을 크게 낮춘 상태"라며 "이들이 소고기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이슨푸드는 3년 연속 소고기 부문 적자가 예상되면서 최근 네브래스카주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가뭄에 운영비 55% 급등…목장 포기 속출


목장주들이 소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텍사스주 포트맥케빗 인근에서 8400에이커(1020만 평) 규모 목장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한때 300마리가 넘던 소를 185마리로 줄였다. 이 지역에서는 소 한 마리당 24에이커(29000)가 필요하다. 목초지가 건조해 풀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텍사스 곳곳이 2020년부터 중등도 이상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캐롤라인 런지는 "목장주들은 풀을 키운다고 말한다""비가 적으면 풀도 적고, 보충 사료 가격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농업협회연맹 분석을 보면 2020년 이후 목장 운영에 드는 비용은 55% 늘었다.

지난해 한 달 반 사이 1년치 비가 내려 목장 도로가 떠내려가기도 했지만, 땅은 다시 말랐다. 소고기 가격이 높은 지금, 일부 목장주들은 더 많은 비를 기다린 뒤 소 숫자를 늘리려 한다.
특히, 암소 유지가 관건이다. 첫 송아지를 낳지 않은 어린 암소는 당장 소고기로 팔 수도 있고 번식용으로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새끼 암소가 태어나 첫 송아지를 낳고 그 송아지를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2년 반에서 3년이 걸린다. 이는 비용이며, 농가 부담이다.

레이먼드제임스의 브라이언 바카로 애널리스트는 사료용 암소 비율을 선행 지표로 추적한다. 사료를 먹는 암소가 적을수록 목초지에서 번식용으로 키우는 암소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수치는 39% 미만으로 과거 암소 유지 시기의 30% 중반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바카로는 "당장 시장에 나올 소고기가 줄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값 급등에 "물려받지 않으면 목장 못해"


토지 가격 상승도 목장 경영을 어렵게 만든다. 샌안토니오나 오스틴, 댈러스 등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사슴 사냥이나 취미 목장용으로 에이커당 2000달러(290만원) 이상을 내고 땅을 사들인다.

문제는 이 가격으로 땅을 사서 목장을 운영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롤라인 런지는 "목장 투자 수익률은 1% 정도에 불과하다""시장 가격대로 땅을 사서 재산세까지 내면 목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업용 세금 감면을 받는 런지 부부는 토지를 에이커당 50달러(73000) 미만으로 평가받아 낮은 세금을 낸다.

런지 부부가 목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 있기 때문이다. 딕의 증조부가 1870년대 이곳 땅을 샀다. 캐롤라인은 "요즘 시대에 목장을 하려면 물려받거나 결혼으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토지 가격 때문에 새로 목장업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메너드 인근에서 더 큰 규모 목장을 운영하는 짐 라이트와 도라 라이트 부부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2011년 극심한 가뭄 때 소 숫자를 20% 줄인 뒤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라이트 부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으로 목장을 운영한다. 유전자 예측 도구인 EPD(예상 자손 차이)를 활용해 작지만 건강한 송아지를 낳을 황소를 골라낸다. 농기계 업체 AGCO의 에릭 한소티아 최고경영자는 "시장이 가격 결정력을 보이면 창의성이 흘러나온다""낙농업체들이 품종 개량을 통해 수송아지를 소고기용으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노력으로 소 사육두수 재건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트 집안은 텍사스주가 인정한 100년 이상 목장을 운영한 가문이다. 텍사스주는 같은 가문이 100년 넘게 목장을 운영해온 경우 이를 공식 인정하고 명예를 부여한다. 목장 일은 대부분 자녀와 손주들이 돕는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던 짐의 딸 부부도 미네소타에서 텍사스로 돌아와 가업을 잇고 있다.

한편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으로 지난해 30만 톤 이상을 수입했다. 올해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완전 철폐됐지만,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미국산 소의 목과 어깨에서 나오는 부위로, 한국에서는 구이·불고기·스테이크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인기 수입 소고기 가격은 100g4000원으로 1년 전보다 31% 급등했다. 현지 공급 부족과 높은 환율이 겹치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가격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