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GTC서 세상 놀라게 할 신칩 공개"…HBM4·베라 루빈 개발팀과 캘리포니아 만찬
"엔비디아·SK하이닉스는 하나의 거대한 팀"…AI 반도체 공급망 전쟁의 최전선
"엔비디아·SK하이닉스는 하나의 거대한 팀"…AI 반도체 공급망 전쟁의 최전선
이미지 확대보기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재한 대형 인공지능(AI) 국제회의가 열린 지난 16일, 행사장 어디에도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모습은 없었다. 그런데 그 이틀 전인 지난 14일 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 근처 한국식 치킨 전문점 '99치킨'에서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엔지니어 30여 명과 두 시간 넘게 자리를 함께했다. 직접 소주·맥주 혼합주를 만들어 건배를 제안한 황 CEO는 그 자리에서 "다음 달 GTC 2026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 칩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 외교 무대가 아니라 메모리 공급망 현장임을 드러낸 일대 사건이라는 평가다.
"하나의 거대한 팀"…치킨집이 된 전략 회의실
이날 만찬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함께했다. 온라인에 유포된 사진에는 황 CEO가 SK하이닉스의 AI 성장사를 다룬 책 '슈퍼 모멘텀'을 넘겨보는 장면이 담겼다. 황 CEO는 엔지니어들을 향해 "이 팀은 베라 루빈(Vera Rubin)과 고대역폭메모리(HBM) 4세대(HBM4)의 큰 도전을 해결하려 엄청나게 열심히 일했다. 소주와 치킨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며 치하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하나의 거대한 팀"으로 같은 운명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AI 임팩트 서밋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4일 황 CEO의 불참 소식을 먼저 전했고, 엔비디아 인도 법인 대표 비샬 두파르는 지난 18일 그가 3주 연속 출장 끝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수석 부사장 제이 푸리가 대표단을 이끌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회동을 이례적인 "엔지니어 외교"로 평가한다. 황 CEO가 비공식 석상에서 특정 협력사 엔지니어들을 직접 챙긴 것은 매우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HBM4·베라 루빈, 기술 한계와의 싸움
이번 회동의 배경에는 HBM4 공급 일정을 둘러싼 긴박감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양산을 앞둔 HBM4는 앞 세대보다 데이터 전송 대역폭이 2배 늘고 전력 효율이 40% 이상 개선된 제품으로,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 높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혀왔다. 베라 루빈 아키텍처와 결합하면 현재 주력 제품인 블랙웰 대비 5배의 처리 성능을 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황 CEO는 "모든 기술이 한계에 다가서고 있어 쉬운 일은 없다"면서도 "이런 팀이 함께한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다이나믹스 등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AI 인프라 수요 급증으로 생산 능력이 갈수록 AI 쪽으로 집중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도 HBM4 양산에 들어가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을 추진하고 있어 양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교 무대를 건너뛰고 부품 공급망의 핵심 엔지니어를 직접 만난 황 CEO의 선택이 엔비디아의 현 우선순위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4 공급 일정이 베라 루빈 출시를 결정짓고, 베라 루빈 출시 지연은 곧 시장 점유율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AI 거품 없다"…GTC 2026서 승부수
황 CEO는 "AI 거품은 없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 수십조 달러짜리 프로젝트의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세상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칩을 여러 개 준비했다"며 오는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6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비디오카즈 등 외신은 베라 루빈 기반 GPU가 2026년 1월 양산에 들어갔다는 황 CEO의 CES 2026 발언을 근거로 이번 GTC가 차기 아키텍처 공개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황 CEO가 직접 찾아 건배를 나눈 엔지니어들이 만들고 있는 칩이 무엇인지, 다음 달 16일 새너제이에서 그 답이 나온다. 세상을 놀라게 할 칩이 시장 기대를 충족할 경우 시장의 거품 논란은 다시 진정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