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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도 ‘체급’이 깡패…중국 SMR 사업, 대형 원전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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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도 ‘체급’이 깡패…중국 SMR 사업, 대형 원전에 밀렸다

100MW급 소형 원전, 1000MW급 대형 원전보다 건설 속도 느려
메가와트당 건설비 2.5배 폭등…‘싸고 신속하다’는 장밋빛 청사진에 제동
중국 하이난 창장 원전 기지에서 진행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실증 사업이 공기 지연과 건설비 급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하이난 창장 원전 기지에서 진행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실증 사업이 공기 지연과 건설비 급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 하이난 창장 원전 기지에서 진행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실증 사업이 공기 지연과 건설비 급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같은 부지에서 나란히 건설된 전기출력 100메가와트(MW)급 소형 가압경수로형 SMR ‘링룽 1호기1000MW급 대형 원전 창장 3호기의 성적표는 그동안 SMR 진영이 내세워온 싸고 신속한 차세대 원전가설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이런 결과는 지난 10여 년간 국제 에너지 업계가 그려 온 SMR 장밋빛 청사진에 첫 번째 본격적인 제동을 거는 사례로 평가된다.

오토노션(AutoNotion)719(현지시각) 링룽 1호기가 당초 목표로 삼은 가동 예정일인 20251213일을 최소 216일 넘겼는데도 여전히 미완성 상태라고 보도했다.

반면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4일이나 늦게 공사를 시작한 대형 원전 창장 3호기는 이달 10일 첫 임계에 도달하며 시운전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 소형 원전이 더 뒤에 시작하고 더 늦게 끝나면서, 그동안 쌓여 온 SMR 신화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 단축 공언, 현실은 지연


링룽 1호기는 2021713일 첫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했다. 당초 설계상 공기는 58개월이었다. 중국 현지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0237월 보도에서 중국핵공업집단(CNNC) 수석 엔지니어가 기술 브리핑을 통해 공정을 53개월로 단축해 20251213일 준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CNNC가 선언한 목표일은 20267월 현재 기준으로 이미 7달을 넘겼다. CNNC 측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상업 운전을 시작하겠다고 일정을 또 미루었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로인프라정보시스템(PRIS) 데이터베이스는 링룽 1호기를 여전히 '건설 중'으로 분류하고 있다. IAEA PRIS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링룽 1호기의 첫 임계 날짜와 계통 연결 날짜는 모두 공란이다.

이에 비해 2021331일 착공한 대형 원전 창장 3호기는 계획대로 공정을 마쳤다. 세계원전뉴스(WNN)는 지난 13CNNC 발표를 인용해 창장 3호기가 현지 시각 10일 오후 6시 정각에 첫 제어된 체인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하며 시운전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체급이 깡패? 메가와트당 2.5배 비싸진 SMR


SMR 진영이 강조한 강점은 공장 제작을 통한 비용 절감과 짧은 건설 기간이었다. 창장 기지 실증은 이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무엇보다 경제성 지표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오토노션은 19CNNC 운영사가 밝힌 사업비 기준으로 전기출력 100MW급 링룽 1호기에는 약 50억 위안(1조 원)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1000MW급 창장 3호기 건설비는 200억 위안(43980억 원)이다.

이를 출력 단위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SMR의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다. 링룽 1호기는 1MW당 건설비가 5000만 위안(1099500만 원)이다. 반면 대형 원전인 창장 3호기는 1MW당 건설비가 2000만 위안(439800만 원)이다.

소형 원전을 지을 때 메가와트당 투자비가 대형 원전보다 2.5배나 더 많이 드는 셈이다. 동일 기술을 수십 기 건설하며 학습효과를 누리는 대형 원전과 달리, 첫 호기 SMR는 공정과 공급망 모두에서 초기 위험을 집중적으로 떠안는 구조라는 점도 비용 격차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첫 번째 호기에서 발생하는 집중적인 비용 부담과 공기 지연을 개발사와 정부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가 새로운 난제로 떠올랐다.

HTR-PM도 저이용률…실증 단계의 긴 그늘


중국이 이미 상업 운전 중이라고 홍보하는 다른 소형 원전의 실적도 부실하다. 산둥성 스다오완에 위치한 150MW급 가스냉각식 페블베드 원전(HTR-PM)202312월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IAEA PRIS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이 원전은 상업 가동 첫해인 2024년 동안 고작 272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 설비 이용률로 계산하면 20.7%에 불과한 수치다. 이 원전은 일 년 중 72%에 달하는 6329시간 동안 가동 상태를 유지했으나, 실제 평균 출력은 43MW로 정격 용량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성적은 상업 운전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실증과 시운전 단계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샤먼대 중국에너지경제연구센터 린보창 소장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소형 원전은 여전히 경제성 문제를 풀어야 하며 상업화까지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SMR을 만능 에너지 해법이라기보다 경제성과 안전성 검증이 끝나지 않은 과도기적 기술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글로벌 SMR , ‘첫 호기의 딜레마에 직면


미국과 유럽에서도 래디언트(Radiant), 테네시계곡개발청(TVA) 등 다수의 SMR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TVA가 오크리지 등지에서 SMR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영국 등이 국영전력회사를 중심으로 실증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지만 대부분은 아직 인허가나 재원 조달, 사업성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실증 결과는 글로벌 경제성 논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중국 사례가 규제와 공급망 여건이 다른 미국이나 유럽 사례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단서도 붙는다. 그러나 동일한 규제 체계와 단일 공급망 아래서 진행된 중국의 대형·소형 원전 동시 건설 실험은 SMR에 기대를 걸어온 각국 정책 당국과 투자자에게 설비 용량과 경험 축적 속도를 냉정하게 따져 SMR과 대형 원전의 사업성을 다시 계산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