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AI, 지난해 미국 GDP 기여 사실상 0"…거품론 3중 파고 덮쳤다
데이터센터 장비 75%가 수입품…GDP 산식 밖으로 새어나간 성장 신화의 허실
버리의 부채 경고 + 블루아울 환매 충격 + 무디스 회계 경보…낙관론의 세 기둥이 동시에 흔들린다
데이터센터 장비 75%가 수입품…GDP 산식 밖으로 새어나간 성장 신화의 허실
버리의 부채 경고 + 블루아울 환매 충격 + 무디스 회계 경보…낙관론의 세 기둥이 동시에 흔들린다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는 23일(현지 시각)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미국의 AI 투자 지출이 경제성장에 "사실상 제로(0)" 기여를 했다고 산출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같은 날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빅테크의 AI 인프라 과잉 지출과 부채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고 전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AI 데이터센터 대출 전문 자산운용사 블루아울캐피털(Blue Owl Capital)의 유동성 위기가 미국 사모 신용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고 알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빅테크 데이터센터 관련 잠재 부채가 장부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이 비관론을 집중적으로 전하고 있다.
0이냐 39%냐…성장 기여도 논쟁의 핵심은 수입 장비
"매우 직관적인 이야기였고, 그 때문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깊이 파고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글로벌 경제 투자 리서치를 공동으로 이끄는 조지프 브릭스는 최근 이렇게 말하며 AI 투자 지출이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에 "사실상 0" 기여를 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논쟁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장비의 원산지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 가운데 컴퓨터 칩 등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에 이른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AI 기업들이 그 장비를 주로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탓에 이 투자액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산식에서 오히려 빼는 항목으로 분류된다. GDP는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최종 가치만 더하고, 수입품 비용은 차감하는 구조여서다. 엔비디아 칩에 쏟아부은 수백억 달러가 미국 성장률 계산에서는 '손실'로 잡힌다는 얘기다.
경제 분석 뉴스레터 '아프리카타스 이코노믹스'의 조지프 폴리타노는 AI 관련 지출이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 2.2%포인트 가운데 약 0.2%포인트를 더한 것으로 봤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학자 해나 루빈턴은 지난해 1∼9월 기준으로 AI 관련 기업 투자가 미국 경제성장의 약 39%를 담당했다는 별도 분석을 냈다. 그러나 루빈턴 자신도 "이 수치는 최대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면서 "AI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같은 현상을 두고 0%와 39%라는 극단의 추정이 공존한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톰 바킨은 지난 1월 연설에서 "오늘날 경제를 떠받치는 두 엔진은 AI 생태계와 부유한 소비자"라고 말했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회의론자들이 세부 내용은 맞지만 더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고 했다. 5대 빅테크 기업은 올해 AI 인프라와 대규모 프로젝트에 합산 7000억 달러(약 1010조 원)를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쇼트'의 경고…감가상각 기간이 숨긴 32% 과대이익
2008년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언해 이름을 얻은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빅테크의 AI 인프라 지출 구조에 칼날을 겨눴다.
버리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칩의 감가상각 기간이다. 기업들은 현재 이들 칩의 수명을 5∼6년으로 잡고 비용을 분산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 차세대 칩이 전 세대 대비 5배 이상의 성능 향상을 보이는 속도를 감안하면 실제 유효 수명은 2.5년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리는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빅테크의 이익이 2026∼2028년 평균 32% 과다 계상된 상태일 수 있으며, 오라클의 경우 그 비율이 62%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그는 현 상황을 19세기 말 전기산업 붐에 빗댔다. 기술 자체가 진짜였어도 웨스팅하우스나 에디슨 같은 거물들이 파산이나 가격 전쟁에 내몰렸듯이, 너무 일찍 혹은 너무 공격적으로 자본을 투입한 이들은 산업이 안정되기 전에 먼저 쓰러질 수 있다는 역사적인 경고다.
블루아울 쇼크…'2007년 데자뷔'에 떨고 있는 사모 신용
AI 데이터센터 대출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덩치를 불려온 블루아울캐피털이 흔들리자, 1조8000억 달러(약 2600조 원) 규모의 미국 사모 신용 시장 전체로 불안이 번졌다.
블루아울은 기술 특화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순자산의 15% 이상을 빼가자 해당 펀드의 분기별 환매를 영구 차단하고 자산 매각에 나섰다. 16억 달러(약 2조3100억 원) 규모 펀드의 환매 차단이라는 소식 하나가 회사 시가총액을 24억 달러(약 3조4700억 원) 이상 증발시켰다. 에어리스매니지먼트·블랙스톤·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 동종 업체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블루아울 주가는 최근 13개월 새 60%가량 빠졌다.
포리에애셋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올랜도 게메스는 "오늘날 사모 신용에서 보이는 적신호는 2007년과 소름 끼칠 만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실제로 보유한 것과 실제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것 사이의 괴리를 흐리는 복잡한 유동성 조건"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사바캐피털매니지먼트의 보아즈 와인스타인은 "사모 신용은 한때 손쉬운 두 자릿수 수익이라는 금융의 낙원으로 팔렸지만, 그 시대는 빠르게 끝나고 있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눈을 떠야 한다. 이 위험한 투자를 미국인의 은퇴 계좌에 계속 밀어넣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압박했다.
무디스 회계 경보…장부 밖으로 사라진 잠재 부채 수십조 원
FT에 따르면 무디스는 미국 회계기준(GAAP)의 허점 탓에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관련 잠재 부채가 투자자들 눈에 보이지 않는 채 쌓이고 있다고 24일 경고했다.
무디스 분석가 데이비드 곤살레스와 알라스테어 드레이크는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임차 갱신에 드는 비용과 갱신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잔존가치 보증(RVG) 비용을 모두 회계 처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시가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 메타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는 '히페리온' 데이터센터가 꼽혔다. 블루아울이 자금을 댄 특수목적법인 '베녜 인베스터'가 운용하는 이 시설에서 메타는 4년 초기 임대계약을 맺고 최대 20년까지 갱신 옵션을 갖는다. 메타가 임차를 갱신하지 않아 건물 가치가 하락할 경우 최대 280억 달러(약 40조4800억 원)의 보상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도 달려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메타의 재무상태표 어디에도 잡혀 있지 않다. 메타는 지난해 말 연차보고서에서 "현재 잔존가치 보증 지급 가능성이 낮아 부채로 기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산정 때 자체 판단으로 이 같은 부채를 추가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매킨지앤드컴퍼니는 2030년까지 AI 컴퓨팅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 세계에서 5조2000억 달러(약 7510조 원)의 지출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AI는 거품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낙관론의 근거도 만만치 않다
비관론 일색의 이번 경고들과 달리 낙관론의 논거도 단단하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블랙록 회장 래리 핑크와 대담하면서 "AI의 실질적 충격은 얼마나 넓게 구축되고, 채택되고, 활용되느냐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거품 논란에 대해서는 "컴퓨팅 용량이 여전히 부족하고, 임대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답"이라며 회의론을 일축했다. 황은 이달 초 CNBC 인터뷰에서 메타를 "AI 투자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앞선 기업"으로 꼽았다. 최근 메타의 공개 실적 자료에 따르면, AI 기반 광고 순위 최적화가 광고 물량 증가보다 4배 많은 매출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고, AI 투자에 대한 증분 투자수익률(ROI)은 20%를 웃돌고 있다.
RBC와 블룸버그는 2022∼2026년 미국의 누적 AI 지출 총액이 1조5000억 달러(약 2160조 원)에 이를 것이며, 올해에만 미국 GDP 성장에 최대 1%포인트를 더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지금은 낭비처럼 보이는 인프라 지출이 수익화 단계에 접어드는 순간, 현재의 숫자 논쟁은 뒤집힐 수 있다는 시각도 월가 안에 여전히 살아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