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HBM 공급 쏠림에 가격 130% 폭등 예고
삼성·SK하이닉스 증설에도 범용 수급난 2027년까지 지속
삼성·SK하이닉스 증설에도 범용 수급난 2027년까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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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AI 서버 독식'이 불러온 역설적 공급 대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6~27일(현지시각),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RA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범용 메모리 시장이 오히려 극심한 품귀 현상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2026년 말까지 DRAM과 NAND 플래시 가격이 현재 대비 130% 추가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기적으로도 2026년 1분기에만 전분기 대비 90%의 가격 폭등이 예고된 상태다.
가트너 란짓 아트왈 연구이사는 "메모리 원자재 비용이 구조적으로 높아지면서 500달러(약 71만6000원) 미만 보급형 PC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이 구매를 포기하면 시장 수요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HP 실적이 말해주는 위기의 실체
위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세계 최대 PC 제조사 HP의 원가 구조다. HP 카렌 파크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실적 발표 자리에서 "불과 한 분기 전까지 전체 제조 원가(BOM)의 15~18% 수준에 머물렀던 메모리 비중이 현재 35%까지 급상승했다"고 공개했다. PC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원재료비의 3분의 1 이상이 메모리 값으로 나간다는 의미다.
이에 HP는 영업이익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완제품 가격 인상을 공식 검토 중이다. 현재 HP 판매 PC 가운데 AI PC 비중은 35%에 달하지만, 높은 가격 장벽으로 인해 당초 목표했던 시장 점유율 50% 돌파는 2028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플러스(Copilot+)' PC를 구동하려면 최소 16GB DRAM이 필요하고 기업용은 32GB가 권장되는데, 용량이 늘어날수록 원가 상승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메모리 대란의 불똥은 자동차 산업으로도 튀고 있다. 일본 루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시바타 히데토시 사장은 "2026년 하반기로 갈수록 구형 메모리를 사용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수급이 급격히 악화해 차량 생산 라인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수개월간 출고가 지연됐던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AI PC 원년' 2026년, 메모리가 발목 잡다
업계는 올해를 AI PC 대중화의 원년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가트너는 가격 급등 충격으로 기업의 PC 교체주기가 15%, 일반 가계는 20%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AI PC 보급 확산은 2028년 이후로 미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메모리 공급난이 과거 생산 차질에 따른 일시적 현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한다. 거대언어모델(LLM)을 운영하는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가격을 불문하고 물량을 선점하는 구조적 수요가 굳어진 탓이다. 시장에서는 공급난이 2027년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메모리 경제의 시대가 열렸다. 반도체는 더 이상 '규모의 경제'가 아닌 '수요의 위계'로 움직이고 있다. AI에 복속된 메모리 시장에서 소비자와 제조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AI 호황이 쏘아 올린 '황금 사이클'의 빛과 그림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신규 증설 물량의 대부분은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AI용 HBM에 집중돼 있다. 범용 DRAM과 NAND에 투입될 물량은 제한적이어서 수급 불균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 반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양날의 검이다. 가격 폭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및 고용량 메모리 매출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지만, 동시에 한국 스마트폰·가전·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켜 국내 전자 산업 전반에 이중적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집계한 9개 반도체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366억 달러(약 338조811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7.1% 성장해 2000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성장의 과실은 고가 AI 반도체 기업들에게 집중됐고, 자동차·가전용 구형 공정 메모리는 사실상 투자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
반도체 메모리 가격 폭등의 직접적 수혜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양산이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되면서 두 기업의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은 전체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20만 원대에 안착해 시가총액 1200조 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는 100만 원 선을 넘으며 이른바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보수적 전망으로 삼성전자의 2026년 연간 매출은 약 420조 원, 영업이익은 약 75조 원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매출 약 110조 원, 영업이익 약 35조 원 수준이 기본 시나리오다. 주가 전망치는 각각 22만 원, 110만 원 선이다. 다만 삼성의 HBM 수율 안정화 지연,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범용 DRAM 시장 점유율 확대, 빅테크의 AI 투자 수익성(ROI) 논란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 가능성이 하방 리스크로 남아 있다. HBM 공급사가 늘어나면서 2026년 하반기부터 가격 결정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에 반해 낙관적 전망을 종합하면, AI 에이전트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면서 추론용 서버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고, DDR5·LPDDR5X 등 고성능 범용 메모리 수요도 동반 상승세다. 이 시나리오에서 삼성전자 매출은 480조 원, 영업이익 92조 원까지 확대되고 주가는 28만~30만 원에 도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TSMC와의 공고한 공급 동맹을 유지하며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지킬 경우 매출 145조 원, 영업이익 48조 원, 주가 150만 원 이상도 시야에 들어온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 표시 수출 단가 상승분을 원화 실적에 그대로 반영하는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세공정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후발 주자들이 넘기 어려운 기술 장벽이 형성됐다는 점은 한국 기업에 유리한 구조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와 그에 따른 운용 비용 증가는 두 기업 모두가 안고 갈 지정학적 변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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