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EU 화웨이 금지 시 '보복 조치' 정조준... 무역 갈등 전면전 번지나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EU 화웨이 금지 시 '보복 조치' 정조준... 무역 갈등 전면전 번지나

공급망 안보 명분 내세운 EU의 '고위험 공급업체' 퇴출 시도에 중국 정부 "상응 조치" 경고
고환율 속 통신 장비 교체비용 상승 및 유럽 진출 기업 보복 리스크 점검
중국 상무부 허융첸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무부 허융첸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의 핵심축인 화웨이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중국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9일(현지시각), 중국 정부가 EU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추진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며 양측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EU 집행위원회가 안보 위험을 명분으로 중국산 통신 장비의 강제 퇴출을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헤나 비르쿠넨(Henna Virkkunen) 부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사이버보안법(Cybersecurity Act)' 개정안이 도화선이 됐다.

해당 안은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을 '고위험 공급업체'로 공식 지정하고,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이들 장비를 단계적으로 철수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EU 기업에 상응하는 맞대응" 압박... 브뤼셀 회의서 보복 경고


벨기에 브뤼셀에서 최근 열린 회의에서 EU 주재 중국 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EU의 움직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중국 대표부는 "EU가 해당 제안을 채택할 경우, 중국은 EU와 EU 기업들에 대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유럽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에 대한 '보복성 조사'나 '상호주의적 제재'를 실행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측은 EU 집행위원회에 중국 장비를 사이버 보안 위협으로 규정하거나 '고위험 공급업체'로 분류하는 표현을 즉각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제안된 강제 조치안에 대해 중국은 "EU가 이 법안을 통해 유럽 기업들에게 중국 장비 퇴출을 강요한다면, 중국 역시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개시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독일·영국 등 주요국 퇴출 가속화... 고환율 속 비용 부담 가중

이미 유럽 내 주요 국가들은 화웨이 장비를 핵심 통신망에서 걷어내는 중이다. 독일 정부는 오는 2026년 말까지 5G 핵심망에서 화웨이 부품 사용을 전면 중단하기로 확정했다.

지난 2020년 발표된 '5G 툴박스(Toolbox)' 지침이 자율적 권고였다면, 이번 개정안은 이를 법적 의무로 강제하겠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내 통신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85.1원까지 치솟은 고환율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대신해 노키아(Nokia)나 에릭슨(Ericsson) 등 유럽산 장비로 교체할 경우 설비 투자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는 동급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데, 이를 강제로 교체할 경우 유럽 전체 통신 시장에 수십억 유로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패권 전쟁의 대리전...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증폭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갈등을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유럽으로 전면 확대된 사례로 보고 있다. EU가 경제 안보를 강화하며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 관계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망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국가 안보 차원의 '디지털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의 보복 위협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할지 여부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EU가 안보를 선택할 경우 중국의 광범위한 무역 보복이 이어지며 유럽 내 소비재 및 자동차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주재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미 유럽산 농산물과 주류 등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러한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 현상은 더욱 빨라질 것이며, 이는 통신 장비 시장을 넘어 전 산업군에 걸친 불확실성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