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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사자" 독일의 귀환… 국방비 세계 4위, K-방산 동유럽 전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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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사자" 독일의 귀환… 국방비 세계 4위, K-방산 동유럽 전선 ‘비상’

'독일판 재무장' 가속… 36년 만에 GDP 2% 돌파, 143조 투입
라인메탈, 루마니아와 4.8조 '잭팟'… 한국 기업 '납기·가격' 우위 꺾이나
전통적인 평화주의를 고수하며 군사력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잠자는 사자’에서 ‘유럽의 방패’로 급변하며 글로벌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전통적인 평화주의를 고수하며 군사력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잠자는 사자’에서 ‘유럽의 방패’로 급변하며 글로벌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전통적인 평화주의를 고수하며 군사력 강화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잠자는 사자에서 유럽의 방패로 급변하며 글로벌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28(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2025년 국방비 지출을 전년 대비 24% 늘린 970억 유로(168조 원)를 기록하며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 군사비 지출국에 등극했다. 독일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 2%를 넘긴 것은 통일 직후인 1990년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유럽 안보 주도권 쥔 독일… '트럼프의 모범생' 자처


독일의 공격적인 재무장은 단순한 군비 확충을 넘어 나토(NATO) 내 정치적 위상 변화를 상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결과를 감수해야 할 파트너'로 분류하는 가운데, 독일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과 함께 전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독일을 "모범적인 동맹국"으로 평가하며 워싱턴의 핵심 파트너로 대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2029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3.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는 유럽 나토 29개국이 2025년 기록한 역대 최대 지출액(5590억 달러·830조 원)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독일이 유럽의 실질적인 군사 엔진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라인메탈, 루마니아와 4.8조 원 '잭팟'K-방산 동유럽 전선 비상


독일 군사력의 팽창은 곧 자국 방산 기업의 영향력 확대로 직결되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지난 28일 독일 라인메탈의 린스(Lynx) KF41’ 보병전투장갑차 298대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33억 유로(57200억 원)에 달한다. 루마니아는 유럽연합(EU)의 무기 신용 프로그램인 ‘SAFE’를 통해 자금의 80% 이상을 조달하며 노후화한 소련제 장비를 독일제 첨단 전력으로 전면 교체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계약은 K-방산의 핵심 수출 시장인 동유럽 전선에 '경고등'을 켰다. 루마니아는 그간 K9 자주포 등 한국 무기 체계 도입을 적극 검토해온 국가다. 그러나 라인메탈은 루마니아 현지 자회사(RAM)를 통한 기술 이전과 추진제 화약 공장 건설 등 파격적인 산업 협력카드를 내세워 시장을 선점했다. 독일이 '유럽 자주국방' 기치를 내걸고 EU 자금을 활용해 동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를 내세운 한국 기업들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데이터 주권앞세워 미국 테크 기업 거부… 유럽 독자 노선


재무장 속에서도 독일은 핵심 군사 기술의 독립성 확보에는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연방군은 최근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의 소프트웨어 도입 계획을 보안상의 이유로 전면 철회했다. 토마스 다움 연방군 사이버 정보 검사관은 민간 기업이 국가 핵심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데이터 주권 수호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독일은 팔란티어 대신 슈투트가르트의 알마토등 유럽 현지 기업 3곳을 후보군으로 올리고 연내 군사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는 하드웨어는 사 오더라도 군의 두뇌에 해당하는 데이터 분석 체계만큼은 유럽의 손으로 직접 만들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한국 기업이 주시해야 할 3대 체크포인트


독일의 귀환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유럽 안보 지형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우리 방산업계가 향후 수출 전략 수립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일 국방 예산의 GDP 대비 비중 추이다. 2029년 목표치인 3.5% 달성 여부는 유럽 내 독일의 헤게모니 장악 속도를 결정짓는 결정적 지표다.

둘째, EU 무기 신용 프로그램(SAFE)의 향방이다. 루마니아 사례처럼 EU 자금이 역내(독일·프랑스 등) 무기 구매에 집중될 경우, 한국의 유럽 수출 가이드라인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 있다.

셋째, 라인메탈-동유럽 방산 벨트 구축이다. 루마니아 현지 생산 기지 가동은 K-방산이 가진 '빠른 납기' 우위를 상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위협 요인이다.

베를린이 투입하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은 유럽을 넘어 글로벌 군수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소용돌이가 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단순 공급을 넘어 현지 생산 및 기술 협력을 아우르는 입체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