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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유령 정치국’…우주 영웅도 흔적 없이 지워진 베이징의 피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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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유령 정치국’…우주 영웅도 흔적 없이 지워진 베이징의 피비린내

사라진 군부 1·2위 이어 측근 실세까지 증발… 중공의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인간 사냥
부동산 붕괴 제물인가 권력 찬탈의 서막인가… 1인 독재가 부른 중공의 자멸 시나리오
중국 전인대 행사 전경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전인대 행사 전경이다. 사진=로이터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베이징 정가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다음 숙청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군부 서열 1, 2위였던 장유샤와 허웨이둥이 연달아 실각하며 권력 핵심부인 정치국에 큰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이번에는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우주 전문가' 마싱루이 정치국원이 숙청의 제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경제지 니케이가 2월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신장위구르자치구 서기를 지냈던 마싱루이는 작년 11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정치국원이라면 의례적으로 보내야 할 당 원로의 장례식 화환 목록에서도 그의 이름이 빠졌으며, 춘제(설) 전후의 주요 지도부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의 장기 부재가 단순한 건강 문제를 넘어선 심각한 부패 스캔들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번 스캔들이 군부 숙청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주 영웅의 추락… 시진핑의 '기술 관료' 핵심이 흔들린다


마싱루이는 하얼빈공업대학 교수를 거쳐 중국 우주과학기술그룹 총경리를 역임한 중국 우주 공학의 상징적 인물이다. 시 주석은 그를 전격 발탁해 광둥성 성장과 신장 서기라는 요직에 앉히며 자신의 통치 철학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핵심 세력으로 키워왔다. 만약 그의 실종이 숙청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시 주석이 직접 구축한 '기술 관료(테크노크라트)' 분파 내부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광둥성 부동산 위기와 운명 공동체… 헝다·완커 사태 책임론


그의 숙청설 뒤에는 중국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싱루이가 광둥성 성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광둥에 기반을 둔 헝다(에버그란데)와 완커 등 대형 부동산 개발사들은 파산 직전의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져들었다. 특히 완커의 최대 주주인 선전메트로와 마싱루이 사이의 과거 행보가 사정 당국의 정밀 조준을 받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민심이 악화하자 시 주석이 과거 광둥성 책임자였던 그에게 칼날을 겨눴다는 해석이다.

비어가는 정치국 좌석… 24명 중 21명만 남은 '불안한 권력'


시진핑 3기 출범 당시 24명이었던 정치국원은 연이은 숙청으로 현재 22명까지 줄어들었다. 만약 마싱루이마저 낙마한다면 그 숫자는 21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전인대라는 중차대한 국가 행사를 앞두고 지도부 구성원에 연이어 공백이 생기는 것은 중국 공산당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시 주석이 공백을 채울 새로운 인물을 낙점하지 못하고 숙청만 거듭하는 것은 그만큼 지도부 내부의 권력 투쟁이 처절하게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15차 5개년 계획의 명암… 경제난 돌파구인가 숙청의 도구인가


이번 전인대에서는 2030년까지의 국가 설계도인 '15차 5개년 계획'이 채택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도부 내부의 피바람은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관료 사회에 '복지부동'의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부동산 위기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지는 반부패 드라이브는 경제 회생보다는 권력 집중을 위한 도구로 비치기 십상이다. 말(馬)의 해인 2026년, 이름에 말 마(馬)자가 들어가는 마싱루이의 운명이 시진핑 절대 권력의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가 되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