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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 위기] 유가 100달러 시대 오나…호르무즈 봉쇄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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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 위기] 유가 100달러 시대 오나…호르무즈 봉쇄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 '직격'

중동발 공급망 쇼크, 에너지 수입 의존도 84% 한국·중국·일본·인도 '초비상'…Fed 금리 인하 계획도 흔들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로이터
서울 한강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다시 리터당 1900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145000) 돌파가 현실이 되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에너지 수입 의존국인 한국의 물가와 성장률을 갉아먹는다. 단순한 지정학적 갈등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분쟁 시나리오별 유가 및 한국 경제 영향.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분쟁 시나리오별 유가 및 한국 경제 영향.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하루 1490만 배럴이 지나는 '세계의 목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현지시간) 이번 중동 긴장 고조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마비시킬 경우,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 인하라는 세계 경제의 회복 경로가 완전히 이탈할 수 있다고 집중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남부와 오만 사이에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39km에 불과한 병목 수로다. 그러나 이곳을 통과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규모는 세계 에너지 안보를 좌우한다. 국제금융센터와 에너지 시장 분석 업체들의 자료를 종합하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평균 1490만 배럴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미국 외교협회(CFR) 시니어 펠로우이자 『초크포인트(Chokepoints)』의 저자인 에드워드 피시먼은 FT"호르무즈는 지구상에서 단일 수로 기준 가장 전략적 가치가 높은 해상 요충지"라며 "이곳의 통행이 장기간 차단된다면 글로벌 원유 가격은 예측 불가능한 충격에 노출된다"고 진단했다.

현재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3달러(32일 종가·원화 약 105900) 선인 국제유가는 지난 한 달간 분쟁 확전 우려가 반영되며 이미 12% 가까이 올랐다. 시장 분석가들은 해협 통행에 실질적 차질이 발생하면 단기간 내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미국은 '에너지 독립국'…한···인도는 '초고위험군'


이번 사태에서 국가별 충격 흡수력의 차이는 극명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미국은 2024년 기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7%만을 수입에 의존한다. 셰일혁명 이후 2010년대 후반부터 생산량이 소비량을 추월하면서 사실상 에너지 자립국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40년 만에 최저 수준의 수입 의존도로, 중동발 공급 충격에 대한 방어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반면 아시아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응축유의 84%, LNG83%가 아시아 시장을 목적지로 했다. 핵심 수입국은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네 나라다. 이들 국가는 중동 원유 없이는 에너지 공급 체계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캐피털 이코노미스트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른 상태가 지속될 경우, 향후 12개월 안에 해당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0.2%포인트 깎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2025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무른 점을 감안하면, 20260.2%포인트 손실은 체감 충격이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은 현재 중동산 원유 대체 조달처 확보 가능성을 점검하는 동시에, 정부 비축유 방출 계획의 실효성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 재점화…'금리 인하' 계산표 다시 짜야 할 수도


유가 충격의 파급력은 주유소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경우, 현재 2.4% 수준인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목표인 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영국 자산운용사 세인트제임스플레이스의 헤탈 메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 반응의 규모와 지속 기간이 명확히 드러나기 전까지,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결정 버튼을 누르기는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미 일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Fed의 하반기 금리 인하 일정이 지연 또는 취소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는 7월 배럴당 147달러(213400) 정점을 찍은 뒤 급락하며 세계 경제를 동반 침체로 끌어들였다. 당시와 현재의 차이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졌다는 점이지만, 아시아 신흥국의 구조적 취약성은 오히려 당시보다 크다는 분석이 많다.

달러 강세·테크 급락·지정학 리스크…복합 위기 국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다중 충격에 노출된 상태다. AI 거품 논쟁으로 나스닥지수가 최근 한 달간 3% 이상 빠졌고, 미국 주요 은행주들도 2025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날이 나왔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T. 로우 프라이스의 토마시 빌라덱 수석 경제학자는 "관세 전쟁, 그린란드 이슈에 이어 중동 분쟁까지, 동시다발적 외부 충격이 기업들의 설비 투자와 경영 계획 수립 자체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클레이스는 추가 변수로 달러 강세를 지목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몰리는데, 유가가 10% 오를 때마다 달러 가치도 약 0.5~1%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덮치면 수입 물가 상승 부담이 가중되어 한국처럼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는 이중 악재가 된다.

바클레이스 리서치 부문의 아제이 라자디악샤 대표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에서 장기 고착될 경우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못 박았다.

관건은 '호르무즈 통행권' 확보 속도


이번 사태의 경제적 파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정상화가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분쟁이 단기간에 수습되어 해협 통행이 유지된다면 유가 충격은 일시적 노이즈로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확전이 현실화하거나 이란이 해협 통제에 나설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 재점화라는 복합 위기가 동시에 전개될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 중동 집중에서 벗어나 공급처 다변화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에너지 업계에서 수년째 제기되어 왔지만, 단기간에 구조를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이 순간, 민관의 노력 속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개가 걷히지 않는 한 한국 경제의 에너지 안보 취약성은 고스란히 시장에 노출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