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메모리, 제조원가 23% 육박"…삼성·SK하이닉스 쥔 가격 주도권, 중소 PC 업체 줄폐업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열풍이 데이터센터 메모리 수요를 빨아들이는 사이, 일반 소비자용 컴퓨터 시장에 '보급형의 종말'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50만 원짜리 PC를 사려는 소비자는 2028년이면 선택지 자체를 잃게 된다는 게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의 진단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메모리가 PC 원가의 23%… "팔수록 손해" 구조 고착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D램(DRAM)과 낸드플래시(SSD) 가격은 현재보다 최대 130% 급등한다. 이 여파로 PC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전체 부품 비용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3%까지 치솟는다. 제조사가 500달러(약 73만 원) 미만 모델을 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 자체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견적 문의하는 사이 가격 오른다"…'시간당 가격제'의 공포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는 3일(현지시각) 메모리 현물 시장 일부에서 가격이 시간 단위로 바뀌는 '시간당 가격제'가 현실화했다고 전했다. 구매 담당자가 견적서를 받아 결재를 올리는 몇 시간 사이에 단가가 뛰는 상황이다.
이 구조가 가장 직격탄을 맞는 곳은 전 세계 수십만 곳에 달하는 중소 IT 제조업체들이다. 애플·삼성전자처럼 대규모 선구매 계약으로 공급 우선권을 확보한 상위 100여 개 기업과 달리, 협상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은 202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수요 예측치를 낮추며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디지타임스는 전했다.
한국 시장의 역설, 공급자이자 피해자
국내 시각에서 이 사태는 이중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공급자로, 가격 급등의 최대 수혜자다. 실제로 두 회사의 메모리 사업부는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2026년 '과잉 공급' 반전 시나리오…가격 폭락 가능성은
그러나 현재의 메모리 품귀가 지속 불가능한 '착시'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디지타임스는 중소업체들이 집단적으로 구매를 포기하면, 수요가 꺾이는 시점에 대형 업체들이 확보한 재고가 시장에 쏟아지며 2026년 공급 과잉으로 급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품귀가 실제 수요에 의한 것인지, AI 서버 업체들의 물량 선점이 만들어낸 착시인지가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업체들의 이탈로 전체 수요가 꺾이면, 지금의 공급난은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되며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새로운 재고 부담이, 소비자에게는 일시적 구매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메모리 가격의 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돌아가고 있다. 2026년의 공급 과잉이 현실이 되든, 2028년의 보급형 PC 소멸이 현실이 되든, 변곡점은 이미 시작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