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은 가격 인하 합의로 면제됐으나 진단기기는 150일 후 재부과 우려
한국기업들도 ‘K-진단’ 현지 생산 거점 확보 및 민관 합동 통상 협상 총력
미·중 무역 갈등 속 ‘미국발 수출’ 진단 제품 보복 관세 대상 포함돼 수익성 악화
한국기업들도 ‘K-진단’ 현지 생산 거점 확보 및 민관 합동 통상 협상 총력
미·중 무역 갈등 속 ‘미국발 수출’ 진단 제품 보복 관세 대상 포함돼 수익성 악화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 통신(Reuters)이 지난 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로슈는 미국 정부와의 약가 인하 합의를 통해 의약품 관세 면제는 확보했으나 진단기기 분야는 여전히 관세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미·중 보복 관세 사이에 낀 이중과세 부담까지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관세 면제와 대조적인 진단 부문의 위기
로슈의 세베린 슈반(Severin Schwan)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및 스위스 매체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수입 관세 정책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로슈는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가 인하에 합의한 9개 주요 제약사 중 하나다. 이 합의에 따라 로슈의 의약품은 향후 3년 동안 관세 위협에서 벗어난 상태다.
슈반 의장은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정부와의 합의가 구속력이 있다고 가정하며, 수입 관세 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진단 사업이다. 2025년 기준 연간 매출 약 140억 스위스 프랑(약 26조7000억 원)을 기록한 로슈의 진단 부문은 스위스와 유럽 국가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슈반 의장은 현재 적용 중인 150일간의 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면 진단 제품에 대해 새로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관세가 다시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진단 업계 비상… ‘메이드 인 USA’로 관세 장벽 돌파
로슈가 직면한 이러한 위기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진단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산 의료기기에 대해 최대 25%의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기업들은 현지 생산 시설 확보를 통한 '관세 정면 돌파'에 나섰다.
정부 역시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보건의료산업 피해지원센터'를 가동하며 우리 의료기기가 미국의 보건 안보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로슈와 같은 거대 기업조차 이중과세를 우려하는 만큼, 한국기업들도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정부의 이차보전 지원이나 통상 협상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공급망 다변화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무역 전쟁 틈바구니서 ‘이중과세’ 부담
슈반 의장은 특히 미국 내 생산 시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발생하는 '이중과세'의 모순을 지적했다.
로슈는 일부 진단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이에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할 때 관세를 지불한다. 동시에 미국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는 중국 정부의 보복 관세 대상이 된다.
슈반 의장은 "미국에 기반을 둔 순수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양국에 관세를 두 번 내고 있다"며 "이는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비용 부담이 로슈 진단 사업의 수익성 지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다국적 제약사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라 생산 거점을 재조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진단 부문 분사설 일축…“독자 생존보다 통합 시너지 우선”
실적 타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슈반 의장은 진단 부문의 분사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진단 사업부를 떼어내는 것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진단과 제약을 아우르는 현재의 사업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밀 의료 시장에서 진단 기술이 의약품 개발과 연계되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처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로슈가 관세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개인 맞춤형 치료를 위한 핵심 동력인 진단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슈반 의장은 앞으로 미국 정부가 관세 유예 기간 종료 후 취할 조치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영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