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우주 패권의 향방, ‘민간 정거장’ 선점 경쟁에 달렸다… 미 ‘바스트’ 5억 달러 승부수

글로벌이코노믹

우주 패권의 향방, ‘민간 정거장’ 선점 경쟁에 달렸다… 미 ‘바스트’ 5억 달러 승부수

발레리온·카타르 국부펀드 등 ‘뭉칫돈’ 유입… 스페이스X 상장 앞두고 투자 열기 최고조
'내년 발사' 속도전 나선 바스트 vs '안보·인프라' 굳히기 들어간 시에라·액시엄
NASA, 2030년 ISS 퇴역 앞두고 ‘민간 이양’ 가속화… 한국 우주 항공 산업에 던지는 함의
우주기업 바스트의 우주정거장 '헤이븐-2' 구상 이미지.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우주기업 바스트의 우주정거장 '헤이븐-2' 구상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인류의 우주 전초기지였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퇴역이 4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기업들의 각축전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미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신생 우주 기업 바스트(Vast)가 5억 달러(약 7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펀딩은 발레리온 스페이스 벤처스가 주도하고 카타르 국부펀드가 참여하면서 우주 테크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2030년 ISS 공식 은퇴 이후 NASA가 발주할 민간 우주정거장 운영권(CLD 사업 2단계)을 따내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약 전략’ 꺼내 든 바스트, 내년 ‘헤이븐-1’ 발사로 판도 변화 정조준


바스트의 전략은 명확하다. 경쟁사보다 늦게 출발한 만큼 ‘실물 하드웨어’를 먼저 궤도에 올려 NASA의 신뢰를 단숨에 쟁취하겠다는 것이다.

막스 하오트(Max Haot) 바스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른바 ‘리프프로그(Leapfrog, 도약)’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스트는 내년 중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 ‘헤이븐-1(Haven-1)’을 발사할 계획이다. 하오트 CEO는 “실제 작동하는 하드웨어를 우주에 띄워 능력을 증명한다면, NASA로서도 우리를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바스트는 지난달 NASA의 제6차 민간 우주인 미션 파트너로 선정되며 제도권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에라·액시엄의 수성 전략… ‘국가 안보’와 ‘인프라 선점’으로 맞불


바스트의 거센 추격에 맞서 기존 선두 주자들은 각자의 전문 영역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지난 5일(현지시각) 5억 5000만 달러(약 81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8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시에라는 활주로 착륙이 가능한 재사용 우주선 ‘드림 체이서’를 통해 미 우주개발국(SDA)의 위성 제작 사업을 따내는 등 민간을 넘어 국방 및 안보 영역으로 사업 지평을 넓히고 있다.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의 행보도 매섭다. 액시엄은 NASA로부터 ISS에 직접 모듈을 연결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보유한 ‘적통’ 후보자다.

이미 세 차례의 민간 우주인 미션을 성공시킨 액시엄은 2028년 첫 번째 모듈 발사를 목표로 현재 전력 및 열 제어 시스템(PPTM) 조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ISS에 기생하며 몸집을 불린 뒤 퇴역 시점에 맞춰 독립하는 ‘세포 분열형’ 성장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자본 시장의 ‘우주 쏠림’ 현상… 정책적 지원과 상업성 확보가 관건


우주 기업들이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는 배경에는 스페이스X(SpaceX)의 상장 기대감과 미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맞물려 있다.

자레드 아이작먼(Jared Isaacman) NASA 행정관은 최근 “과거처럼 3년 반마다 미션을 수행하는 속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민간 주도의 속도감 있는 혁신을 주문했다.

실제로 우주 테크 투자 시장은 2026년 들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본의 흐름을 분석해 보면, 단순히 정거장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주 제조’, ‘제약 실험’, ‘데이터 센터’ 등 정거장 내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바스트 역시 저비용 구조와 국제 협력을 통해 조기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우주 산업 관계자는 “미국 민간 정거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과 통신 장비 등 공급망(Supply Chain)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이들의 하드웨어 경쟁에 부품사로 참여하거나 독자적인 우주 실험 공간을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SS 이후의 우주 경제, ‘하드웨어 증명’이 생존 결정할 것


2030년 ISS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 우주 공간은 더 이상 국가 간의 협력 장소가 아닌 ‘민간의 수익 창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재 바스트와 시에라, 액시엄이 벌이는 3파전은 누가 먼저 안정적인 궤도 거점을 확보해 운영 노하우를 쌓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바스트의 대규모 펀딩을 두고 “우주 산업이 추상적인 꿈에서 구체적인 하드웨어 경쟁 단계로 완전히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내년으로 예정된 바스트의 헤이븐-1 발사 성공 여부가 민간 우주정거장 시장의 지각변동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자본과 첨단 기술,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결합된 우주 패권 경쟁은 이제 ‘누가 먼저 쏘아 올리느냐’의 시간 싸움으로 접어들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