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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기근' 인류 구원할 게임 체인저 등장... 사막서 매일 1000L 식수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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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기근' 인류 구원할 게임 체인저 등장... 사막서 매일 1000L 식수 뽑는다

노벨상 화학자 야기 교수, MOF 신소재로 '무동력 수분 포집' 성공
습도 20% 극한 기후 극복... 전 세계 20억 명 식수난 해결 실마리
노벨 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Omar Yaghi)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습도 20% 미만의 극한 건조 지역에서도 하루 1000리터(L)의 깨끗한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포집 장치를 공개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노벨 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Omar Yaghi)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습도 20% 미만의 극한 건조 지역에서도 하루 1000리터(L)의 깨끗한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포집 장치를 공개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물 안보' 위기 상황에서, 사막의 마른 공기만으로 수천 명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해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The Guardian)은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2025년 금속-유기 골격체(MOF) 연구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 오마르 야기(Omar Yaghi)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습도 20% 미만의 극한 건조 지역에서도 하루 1000리터(L)의 깨끗한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포집 장치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장치는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오직 태양광만으로 작동하여 물 부족 국가의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혁신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초정밀 스펀지 'MOF' 기술, 건조 기후 한계 넘다


야기 교수가 개발한 장치의 핵심은 '금속-유기 골격체(MOF)'라는 분자 수준의 신소재에 있다. 이 소재는 축구장 몇 개 넓이의 표면적을 단 1그램(g)의 가루 안에 압축해 놓은 것과 같은 초다공성 구조를 지녔다.

기존의 제습 방식은 공기를 강제로 냉각해야 하므로 막대한 전력이 필요했지만, MOF 기반 장치는 공기 중 수분 분자를 스펀지처럼 스스로 흡착한다.

습도가 20%에 불과한 사막에서도 수분을 빨아들인 뒤, 낮 동안의 태양열을 이용해 이를 다시 내뱉게 하여 응축하는 방식이다.

가디언은 실제 운용 결과 대형 선적용 컨테이너 크기의 장치 한 대가 사막 환경에서 매일 성인 500명 이상이 마실 수 있는 1000리터의 식수를 안정적으로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결핍에서 피어난 혁신... '물 민주주의' 실현 앞당겨

야기 교수가 이번 연구에 매진한 동기는 유년 시절의 뼈아픈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단 몇 시간만 허락되던 수돗물을 받기 위해 온 가족이 매달려야 했던 요르단에서의 어린 시절이 나를 이 연구로 이끌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단순히 식수 공급을 넘어 '에너지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유엔(UN)이 발표한 '2024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식수난을 겪는 인구의 상당수가 전력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빈곤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야기 교수의 장치는 태양광이라는 무한한 에너지를 활용하므로, 운영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개발도상국의 물 자립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상용화 가속화가 과제... 글로벌 물 산업 패러다임 변화


글로벌 수처리 업계에서는 이번 장치가 보여준 높은 수득률과 에너지 효율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에 따르면, 현재 통용되는 대기 수분 생성기(AWG)들은 높은 전력 소비와 낮은 저온 효율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반면 야기 교수의 시스템은 극한 환경에서도 하루 1톤에 이르는 물을 뽑아내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량 보급을 위해서는 MOF 소재의 양산 단가를 낮추고 장치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공정 최적화가 필수적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소재의 흡착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제작 비용을 낮추는 기술이 완성된다면, 앞으로 5년 이내에 재난 지역과 아프리카 오지 등지에서 이 장치를 흔히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야기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과학은 사회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며 "누구나 어디서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세상이 이번 발견을 통해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숙제인 '결핍'을 첨단 화학 기술로 풀어내려는 그의 시도가 전 세계 물 산업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